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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Jo Apr 03. 2024

쌀쌀한 봄날의 탈고 소회

다시 조금은 궂은 길을 가려 하지만


 겨우 내 붙들고 있던 단행본 원고를 드디어 탈고했다.

 언제나 그렇듯 일이 몰리는 시점에는 갑자기 일이 쏟아지고 그렇지 않을 때엔 한가한 그런 이상한 패턴이 반복되는 게 삶이기에, 원치 않는 일까지 동시에 쳐내느라 바빴다.


 며칠 전까지 목이 빠져라 기대려도 도무지 필 것 같지 않았던 집 앞 벚꽃이 하루 이틀 새 봉긋봉긋 얼굴을 내민다.

 때를 맞춘 듯, 안 풀릴 것 같던 몇 가지 문제들은 후드득, 툭툭, 떨어지는 목련 잎처럼 갑자기 피어올랐다가 이내 자취를 감추었다.

 아직은 문서상으로 마저 처리할 일들이 남았지만, 겨우내 해결해야 했던 몇 가지 고비들이 다섯 손가락을 꽉 채워 지나갔다.




 바람이 아무리 차가워도, 예년보다 따뜻한 볕이 영 내리쬐지 않아도 '그래, 이제는 여기까지, 끝!'을 외치는 꽃들의 아우성이 곳곳에 터져 나오듯, 내 인생에 찾아온 짧은 막간도, 암전도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어떻게 무사히 지나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혼돈의 기간이었지만 과거의 짙은 시행착오 덕분에 빨리 빠져나왔고, 다시 조금은 궂은 길을 가려 하지만 그에 대한 각오도, 달릴 준비도 마쳤다.


 아직 인생에서 덜어내야 할 것들이 조금 더 남았지만 첫 단행본 원고를 무사히 탈고한 것만 해도 참 다행이다.

 늘 그렇듯, 보내놓고 나서야 고칠 부분이 돋보기를 낀 듯 잘 보이는 것 같다. 

 무사히 출항할 수 있을지 아직 모르지만 날씨는 내 맘대로 어쩌지 못해도 배를 수리하는 것까지는 최선을 다해야지 어쩌겠는가. 빠듯하지만 이후 일정을 할애하여 마무리를 잘 지어보아야겠다.


 마지막 매듭을 잘 짓고 다음 정박지를 향해 힘차게 출항할 수 있기를. 

 인생의 중간 정산을 받기까지 또 한차례 온 힘을 다해 뛸 일만 남았다.


 쌀쌀한 봄날의 탈고.

 책이 언제 나올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 봄과 닮은 아주 차갑고, 속은 뜨거운 무언가가 나올 것 같다.





마음을 양조합니다.

마인드 브루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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