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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Jo Feb 18. 2016

미완의 에세이

혹시 네게 필요할지 모를.



2013년 여름, 대학 동기가 오랜만에 연락을 해왔다. 런던에 가고 싶다고. 그곳은 어땠느냐고. 


퇴근길에 책상 한편에 두었던 에세이 초고를 들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당시에 쓰고 있던 부분이라 런던 챕터만 따로 프린트해 둔 것이었다. '런던에 속았다'는 챕터 소제목 그대로, 나는 런던행을 그리 추천하는 입장은 아니다. 나와의 공통분모가 크면 클수록 더더욱.

 

하루 저녁을 소모한 이런저런 경험담과, 머리 셋을 모아 이리저리 짜낸 현실적 대안들이 도움이 되었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녀는 결국 런던행을 택하지 않았고, 현재 국내에서 만족할 만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대학 동기라 해봤자 서로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관계가 되어버리기 십상이지만 이만큼 성숙해진 (혹은 능글맞아진) 모습들로 유쾌한 저녁을 함께하며 현재를 채워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너 혼자 품고 있기에는 아까운 글이다. 런던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그곳에 관한 거라면 뭐라도 찾아보고 싶어 하니까.

 

 

그래, 나눌만한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 알량한 감상들이, 또 그날 숨 막히게 부딪쳐오던 현실들이. 비록 이제는 내게 솜뭉치보다도 가벼운 어떤 것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래서 나는 당분간 묻어두려 했던 내 미완의 에세이를 이곳에 꺼내어 놓으려 한다.

 

오늘부터 조금씩, 과거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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