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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Jo Dec 21. 2020

2013_관람차 너머로

Beyond the Ferris wheel


졸업 후 가끔씩 찾아뵈었던 학부 교수님께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이제 그만 땅으로 내려 오라'였다. 의역하자면 '외부로 그만 겉돌고 정착해라', 혹은 '전공에 맞는 디자인 쪽으로 취직해라' 정도가 되겠다. 20대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상보다는 현실에 뿌리를 내리라는 것이다.


학업을 지속할 여력은 없었기에, 땅에 단단히 기반을 잡고 안전한 틀을 세웠다. 관람차는 같은 자리를 맴돌지만 하루를 지루하지 않게 보낼 만큼은 높이 오른다. 음울한 도시를 휘감은 조명은 낮과 밤의 경계를 허물고, 바깥의 상황이 어떻든 간에 유리벽 안에 있는 나는 안전감을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 언제까지나 머무를 수는 없겠지만, 반드시 땅으로 돌아오는 관람차 높이만큼의 이상은 매일매일 가지고 있으려 한다.


그러니까 교수님, 저는 매일 땅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2013_Beyond the Ferris wheel_Acrylic on canvas_130 ×13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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