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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Jo Aug 18. 2021

추상 일기 Abstract Diary

순간은 멈추지 않으므로. 멈춰 있는 것은 순간이 아니므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속에서 존재하는 우리는 우리 눈앞에 펼쳐진 어느 것 하나도 마음대로 멈춰 세울 수 없다. 내가 알고 있는 나의 모습도,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도시도, 뇌리에 선명하게 새겨진 기억도, 손끝에 닿은 술잔 하나도, 그 무엇도 시간을 거슬러 영원히 존재하게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138억 년을 팽창해 온 광대한 우주의 시간과 비교하면, 우리가 때때로 지루하게 날려버리기도 하는 하루 24시간은 너무나도 짧은 찰나의 순간일 뿐이다. 기쁨도 절망도 다짐도, 그 짧은 하루 안에 폭풍처럼 휘몰아치고 연기처럼 흩어진다. 축제처럼 피어나는 행복과 와인 한 잔의 몽글몽글함, 무너져내리는 슬픔과 초행길의 설렘은, 이내 사라지고 마는 하루라는 순간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2021.8.16 추상 일기 - 밤 산책



오늘, 아직 선명한 어제의 밤 산책을 손으로 기억하며 어제 흘려보낸 모든 감정들을 다시금 화면 안에 마음껏 흐르게 해 두었다. 오랜 시간 각고의 노력을 해 온 친구의 성공에 축배를 들던 지난 7월 26일의 순간도, 올해 들어 가장 큰 슬픔으로 남은, 유난히도 화창했던 6월 16일의 순간도 그날의 색채가 마음속에서 사라지기 전에 모두 기록해두었다. 추상 일기는 순간과도 같은 어느 하루를 가장 순간답게 담아내는 나의 기록 방식이다. 그 어떤 자세한 말도, 유려하게 표현한 글도, 추상으로 표현한 이 한 장의 그림보다 나를 그날의 감정 속으로 완전히 빠져들게 하는 것은 없다. 순간의 본질과 가장 닮은 모습으로, 그렇게 또 하루를 기록한다.

 

순간은 멈추지 않으므로. 멈춰 있는 것은 순간이 아니므로.



2021년을 차곡차곡 담아내고 있는 추상 일기 시리즈.






An abstract diary is my way of recording a day that is like a moment in the most momentous way. There are no detailed words, no elegantly expressed writing, or anything that makes me completely immerse myself in the emotions of that day more than this single abstract painting. In the form that most resembles the essence of the moment, I record one another day.


Because the moment never stops.  And, Being still is not a mo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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