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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May 04. 2020

피었다

꽃이 피었다. 회사 앞으로 동물원 길까지 벚꽃이 만발이다. 개나리도 피었다. 코로나 때문에 엄마를 따라 예니가 출근했다. 종일 패드로 유튜브만 보던 예니 손을 잡고 산책을 나섰다. 벚꽃을 와장창 느끼고, 개나리를 와장창 느꼈다.  이렇게 꽃은 예쁠까. 뒤숭숭한 시국 중에도 꽃이 펴서 다행이다. 길을 따라 앞동산의 자작자작 마른 나뭇잎을 밟고 도톨 도토리도   주웠다. 저쪽 벚꽃 길을 따라 사무실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목련도 만났다. 목련은 진작 폈다가 일찍 지려나보다. 그래도 꽃다운 기품이 남아있다. 그렇게 벚꽃도, 개나리도, 목련도 와장창 피었다. 예니가 말했다.

이모, 벚꽃이 이모처럼 예뻐~” 황홀.
어으~ 예니야~”

가던 길을 멈췄다. 예니가 웅크리고 앉았다.

여기, 풀도 피었어
?”

처음 들어봤다. 풀이 피었다. 벚꽃, 개나리, 목련 정도는 되어줘야 피는  아닌가. 꽃은 피는 거고 풀은 뽑는  아닌가. 피는 것에도 자격을 운운하는 나는 지긋한 어른이다. 꽃꽃. 색색으로 향기롭다.  한철 예쁘고 가히 예쁘다. 풀은 그냥. 풀풀. 근데 풀도 피었단다. 사시사철  피어있었다. 어느 시인의 시처럼 자세히 보니 얘도 예쁘다. 초록초록, 여릿여릿한 것이 얘도 귀하다.

예니야, 이모 풀처럼 예쁘다고 말해줘
이모~ 풀처럼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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