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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 Oct 26. 2021

엄마, 나는 잘 지내고 있어

엄마처럼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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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엄마가 보고싶다. 마트에서 내 또래의 어떤 사람이 "엄마! 이리로 와봐." 하는 걸 듣고 나도 한 번 따라해봤다. "엄마!" 그러고는 이내 눈물이 왈칵 쏟아진 이야기를 언니한테 하다(운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울먹이는 목소리를 더는 들키기 싫어 전화를 끊었다.

엄마의 부재는 깊고 큰 상처, 그리고 외로움. 내가 죽는날까지 채워질 수 없는 커다란 홀이다.


엄마를 보내드리고, 프랑스로 여행을 떠났었다. 같은 아픔을 가진 친한 동생이 있는 곳으로. 의식같은 거였나? 우리는 늦은 밤,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틀어놓고 두 눈이 퉁퉁 부어 떠지지 않을 때까지 함께 울었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알 수 없는 감정에 빠지곤 한다. 비 내리는 안시에서 자전거 타던 시간도 떠오른다. 평화롭고 편안하고 공허한 날들이었다.


참, 쉽지 않은 삶이다. 내 사주는 말년이 좋다던데.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는 30대를 지나고 있다. 정말 다행인 것은 부모님이 나에게 선물해주신 강한 에고. 그것 하나로 살아간다.


그르노블에서 떼제베타고 안시에 도착해 자전거를 탄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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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하루였다. 언니가 보내준 음식이 아직 남아있는데 요리할(조리할?) 힘이 없어 저녁먹고 들어오는 , 집에 거의   횡단보도에서 폐지줍는 할머니를 봤다. 가끔 폐지줍는 분들을 뵈면 다만 얼마라도 손에 쥐어드리는데,  날은 넋을 놓고 있었다. 무심결에 길을 건너고, 반대편에 서서 신호가 바뀔때까지 할머니를 넋놓고 바라보다, 정신을 차리고, 영화처럼.


파란불로 바뀌자마자 달렸다.

할머니, 오늘은 이거 받으시고 얼른 들어가세요. 적선 아니에요. 할머니 힘드시잖아요. 저도 오늘 너무 힘들어서... 그냥 얼른 들어가셔서 저녁 드세요. 했다. 그리고 돌아서 다시 달리며, 으아앙 울었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하시던 할머니.


하루를 그냥 그렇게 보낼 수는 없었다. 그 할머니도 나도 마땅히 좋아야할 가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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