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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Mar 31. 2022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2020)

[어바웃 무비 1] 2022년 2월 17일 발행글

처음 영화 속에서 보이는 인물들은 모두 일상을 헤매는 부서진 사람들이다. 분명히 서로 사랑하고 있지만 일상에 발생한 커다란 균열 때문에 그 틈 속에 매몰되어 버리고 말았다. 함께 극복하기 위해, 서로의 모양을 위로하고 설득하기 위해 논쟁하고 싸우기도 한다. 무엇인가를 멈추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이 모두를 알기에 관객들은 그 모습으로부터 슬픔의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 놓인 이들이 나아지기를 바란다.

본문 내용 중에서.


**어바웃 무비의 모든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은 현재 넷플릭스를 통해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전문은 하단의 링크를 통해 제공되며, 무료 콘텐츠로 무기한 제공됩니다.


서로 닿을 수 없을 만큼 가로로 긴 식탁에서 한 부모가 식사를 하고 있다. 식탁의 양 끝 쪽에 앉은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대화도 한 마디 나누지 않는다. 그저 식사를 할 뿐. 그마저도 엄마는 제대로 하지 못한다. 두 사람의 머리 위로 검정색 그림자가 등장하여 다툼을 벌인다. 서로를 향해 큰 고함을 지르는 것 같은 모습도 등장한다. 부부 두 사람 각자의 감정이 이입된 모양새다. 하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아빠는 혼자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집의 외벽에는 파란색 페인트가 묻어 있다. 슬픈 미소를 짓는다. 그를 따라 나온 그림자 하나가 외벽을 안쓰럽게 쓰다듬는다. 조금 전 식탁에서 다투던 검정색 그림자 중 하나다. 집안에 남은 엄마는 2층의 방으로 올라간다. 아니, 들어가지 못하고 손잡이만 만지작거리다 슬픈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문을 닫는다.


단편 애니메이션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은 끔찍한 비극으로 인해 일상을 상실하게 된 가족의 모습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다만 영화의 시작 지점에서는 이 가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작품은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실마리가 될 법한 단서들을 하나씩 꺼내 가며 전체의 조각을 맞춰나간다. 작품에서 처음 받는 느낌은 단순하고 미니멀하다는 것이다. 펜 선으로 이루어진 장면들은 익숙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을 준다. 약간의 이질감이 있다면 어딘가 모르게 단호한 어조가 전달되고 있다는 것. 예쁘고 매끄러운 장면과 마음을 몽글거리게 만드는 이미지는 소거된 음성과 제한된 톤 색상과 오버랩되며 역설적으로 우울하고 슬픈 분위기를 형성한다.


[전문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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