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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Apr 01.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2017)

[영화의 발견 1] 2022년 2월 24일 발행글

그러니까, 우리는 시간이라는 이 오묘한 대상이 각자의 삶 속에 들어와 한 번의 깊은 잠수를 하는 동안 그 삶을 살아내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깔딱거리는 숨을 처음으로 내쉬기 전까지의 기간을 말이다.

본문 내용 중에서.


**어바웃 무비의 모든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현재 네이버 시리즈온, 티빙(TVing), 웨이브(Wavve)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전문은 하단의 링크를 통해 제공되며, 무료 콘텐츠로 무기한 제공됩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만 간다.

굳이 서로 비교할 필요도 없이 하나의 시간만 두고 봐도 그 속도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지나고 있는 각자의 시간은 물론이고, 곁눈질로 보게 되는 타인의 시간은 더 그런 것 같다. 엊그제 입대한 친구 녀석의 전역이 벌써 다가왔다던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던 사촌 조카가 이미 유치원을 다니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거나. 뭐 그런 경험들, 한 번쯤은 다들 있지 않을까. ‘시간이 빠르다’는 표현만큼 진부하고 흔한 표현도 없지만 이 말만큼 틀림없는 말도 드문 것 같다. 문제는 이 시간이라는 녀석이 우리가 나이를 먹어가는 속도에 맞춰 점차 자신의 템포도 높여간다는 사실이다. 어제보다 한 뼘 더 길어진 다리로 넓어진 보폭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이처럼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흘러가는 듯 느끼게 되는 일을 두고 ‘시간을 쪼개어 쓰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유년 시절이 성년의 모습으로, 성년의 모습이 장년의 시간으로, 다시 장년의 모습을 하고 있던 내가 중년의 계절로 모습을 바꾸어가는 동안 우리는 점점 더 다양한 이유로 자신의 시간을 잘게 쪼개어 써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전의 시절에서는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았을 새로운 관계를 위해서도 그렇고, 언제나 보호를 받아왔던 부모와 가족을 이제는 지키고 부양하는 역할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그렇다. 새로운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 혹은 경제적 번영을 위해서도 마찬가지. 점차 덩치를 더해가는 우리 존재의 팽창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시간은 가늘고 잘게 나뉘어 쓰이게 된다. 물리적인 시간의 길이가 언제나 동일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제와 오늘이 다를 리 없고, 오늘이 또 내일과 다를 리 없다. 그렇기 때문에 흐름의 변화는 오히려 더 명확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달라진다. 나누어 쓸 일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특별히 시간을 나누어 쓸 일이 없는 노년의 시기가 되면 다시금 하루가 길게 느껴지는 때가 온다고 한다. 이 문제가 과학적으로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작년에 세상을 떠나신 할머니의 말씀을 빌리자면 그렇다. 하나의 삶 위에 놓인 모든 시간을 경험해 본 사람의 말이라면 믿을 수 있지 않겠나. 어느 정도는.


[전문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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