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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Apr 05. 2022

본 투 비 블루 (2015)

[어바웃 무비 3] 2022년 3월 10일 발행글

어쩌면 이 영화의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녀를 처음 만나고 난 뒤에도 한참이나 약에서 손 떼지 못했던 그의 모습을 이제 와 떠올려보면 말이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결말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 메타돈을 선택하지 않기로 결정한 순간과 그의 노래 첫 음절을 듣는 순간에 이미. 그것으로 끝이다. 모두.

본문 내용 중에서.


**어바웃 무비의 모든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 <본 투 비 블루>는 현재 넷플릭스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전문은 하단의 링크를 통해 제공되며, 유료 콘텐츠로 제공됩니다.



1966년 이탈리아 루카, 한 남자가 차가운 시멘트 바닥 위에 식은땀을 흘리며 웅크린 채로 누워있다. 오한이라도 느끼는지 온몸을 덜덜 떨고 있는 사내. 그의 눈앞에는 금색 트럼펫이 하나 놓여있고 그 금관악기의 벨(나팔 모양으로 벌어진 악기의 끝부분) 속의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독거미 한 마리가 천천히 기어 나온다. 그쪽을 향해 천천히 팔을 뻗는 남자. 손가락 끝마디가 채 닿기도 전에 문이 열리며 교도관이 들어선다. 그의 석방을 위해 헐리우드에서 손님이 왔다면서.


수용소에 갇힌 한 남자의 초라한 모습으로 시작하는 로버트 버드로 감독의 영화 <본 투 비 블루>는 세계적인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Chet Baker)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My funny valentine’으로 대표되는 그는 낭만적이면서도 우울한 감성의 연주와 노래로 웨스트 코스트 쿨 재즈를 대표하는 음악가로 잘 알려져 있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예술가이면서도 마약과 여성 편력 등의 개인적인 문제로도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었던 그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줄곧 헐리우드의 주목을 받았다. 어떤 감독이 그의 삶을 스크린에 녹아낼 것인가 하는 문제와 또 어떤 배우가 그의 역할을 맡을 것인가 하는 문제만 남아있었을 뿐.


2010년을 전후로 실존 인물 혹은 역사 속 인물 혹은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스크린으로 옮겨지는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쳇 베이커의 삶을 영화로 담아내는 일 역시 다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다. 실제로 이 영화 <본 투 비 블루>가 개봉했던 2016년 당시를 돌이켜 보면, 특정 인물의 삶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은 더 이상 드라마가 아니라 인물극에 가까운 장르에서 받아들여질 정도로 많은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특히 실제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기는 하나 많은 각색이 이루어진 탓에 전기(傳記) 영화를 사실과 허구, 객관성과 주관성의 사이에 놓고 말이 많았다. 그만큼 피로도 또한 높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를 모델로 한 영화는 비슷한 시기에 두 편이 제작되기도 했는데, 조슈아 마이클 스턴 감독의 <잡스>(2013)과 대니 보일 감독의 <스티브 잡스>(2015)가 바로 그 두 작품이다. 한 인물의 다른 시기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굳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 영화 역시 비슷한 문제로 다소 홍역을 겪은 바 있다. 쳇 베이커(에단 호크 분)의 삶을 그려내고 있기는 하나 실제로 그의 삶에서 영화에까지 이식된 부분은 성격적인 부분과 재능에 대한 것뿐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는 그의 전체 인생 가운데 매우 짧은 기간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글의 처음에서 소개했던 마약 소지 혐의로 수감 중이던 쳇 베이커의 모습과 그와 함께 전기 영화를 촬영하고 싶어 하는 영화사의 도움이 그 시작이다. 영화와 함께 복귀를 꿈꾸던 도중 마약상 폭력배들에게 구타를 당해 앞니가 모두 부러진 뒤 모든 것을 잃게 되지만 촬영으로 알게 된 제인(카르멘 에조고 분)이 그의 곁을 지키며 음악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녀의 도움으로 약물까지 끊고 뉴욕 재즈의 중심인 ‘버드랜드 클럽’에 다시 서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영화에 담겨있다. 영화의 각색상 시작점인 1966년부터 실제 뉴욕으로 돌아와 하프 노트 클럽에서 재기를 꿈꾸던 1973년까지, 그의 실제 일기 가운데 6-7년 정도에 해당되는 기간이다.


하지만 특정 사건의 시간적 순서는 물론, 영화에서 쳇 베이커의 삶을 지지하는 중요한 인물로 활용되고 있는 제인까지도 모두 허구에 불과하다. 이 글의 처음에서 묘사했던 영화의 첫 시작 부분 역시 실제로는 1966년이 아니라 1960년이었다고 하니 이 작품에서 각색의 묘를 활용하는 태도가 얼마나 적극적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영화 속의 영화로 제작되고 있는 쳇 베이커의 전기 작품 역시 현실에서는 제작을 계획할 생각으로만 남았던 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와 극영화의 차이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다양한 근거를 바탕으로 하는 주관적 시선은 또 하나의 해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는 없다는 생각이다. 다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표현하기 위하여 이렇게까지 적극적인 각색과 허구를 쌓아 올려야만 했는가 하는 점이다. 목적이 없는 허구의 첨가는 어떤 의미도 발생시키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 <본 투 비 블루>는 적어도 그런 점에서 감독의 의도를 뚜렷하게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전문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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