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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Apr 06. 2022

우리가 있을 곳은 (2019)

[어느 다큐 3] 2022년 3월 14일 발행글

가정의 붕괴가 일어난 다음에 아이들이 보이는 가장 두드러지는 태도는 양쪽의 부모에게 자신의 존재가 동일한 행복이 될 수 있도록 균형감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마땅히 주어져야 했을 사랑을 기대하고 갈구하지는 못할망정, 조막만 한 자신의 사랑으로 망가진 현실을 이어 붙이려고 노력한다.

본문 내용 중에서.


**어바웃 무비의 모든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 <시네마 파미르>은 현재 EBS D-Box를 통해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전문은 하단의 링크를 통해 제공되며, 유료 콘텐츠로 제공됩니다.



2018년 국내에서도 공개된 바 있는 션 베이커 감독의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에서는 미혼모 엄마 핼리(브리아 비나이트 분)와 6살 소녀 무니(브루클린 프린스 분)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두 사람의 생계를 위해 핼리가 일을 하러 나가 있는 동안 어린 무니 혼자 두 사람이 묵고 있는 모텔 주변의 폐허촌과 대형 마트 인근을 배회하며 시간을 보내야 하는 모습이다. 길 위에서 만나게 되는 친구들이 있기는 하지만 무니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인 채로 그렇게 묵묵히 보낸다. 무니의 그런 모습은 오늘 이야기할 다큐멘터리 속 아이들의 상황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심정적으로는 무니의 쪽이 훨씬 더 가혹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하지만 양쪽 모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가정과 부모의 사랑 안에서 자라지 못한다는 점에서, 또 그 괴리를 스스로 채워내야 한다는 점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캐릭터였다. 이제 막 시작된 인생의 작은 점들이 남들처럼 평범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클린 쥔트 감독의 다큐멘터리 <우리가 있을 곳은>(2019)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여러 아이들의 말과 모습을 통해 그 결과 남겨지게 되는 아이들이 어떤 마음과 생각을 마음속에 품으며 자라게 되는지를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한 이혼에 의해 부모가 갈라서고 가족이 해체되면서 한때는 하나라고 생각했던 울타리가 두 개의 세계가 되고 만 아이들. 그로 인해 성장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종류의 관심과 충분한 양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그 기로에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에 대해 말이다. 부모의 결별이 어른의 입장에서는 두 사람의 이별에만 국한되는 것일지 모르겠으나, 아이들에게 있어 부모의 이혼은 자신이 속해 있던 세상이 반쪽이 되어버리는 것 이상의 충격이 된다고 이 다큐멘터리 역시 말하고 있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실제 아이들의 부모가 이혼하게 되는 경우는 모두 제각각이다. 작품의 연출 기획 단계에서부터 의도적으로 다양한 경우를 보여주고자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를 통해 감독은 어른들의 시선이 아닌 철저히 아이들의 시선에서 상황을 설명해 나가고자 한다. 서로의 외도를 의심하다 불화로 이어져 결별한 부모도 있고, 가부장적이고 강압적인 아버지의 태도로 인해 어머니가 집을 도망 쳐버린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여행을 가는 것처럼 아이들의 눈을 속이고 집을 나가 1년이 넘게 돌아오지 않는 부모도 있었으니 어떤 방식으로 부모가 헤어지게 되었는가는 상황의 다양성을 설명하기 위함일 뿐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큐멘터리 <우리가 있을 곳은>이 주목하는 지점은 부모 가운데 어느 쪽에 책임이 더 크게 전가되는지 혹은 결과적으로 누가 아이들의 곁을 떠나게 되는지 따위가 아니라 어쨌든 누군가는 아이들의 곁을 떠나게 된다는 사실이다. 부모의 별거 혹은 이혼이라는 상황 자체로 발생되는 이차적 문제의 종류에 대해서도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 원론적인 것들보다는 그 상황에 노출되는 것은 정작 아이들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에 대해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집중한다. 사실 너머에 존재하는 가장 큰 문제는 부모의 이혼과 이별이 자신들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그 상황을 자신의 존재로 받아들이고 이유도 모른 채 맹목적으로 부모의 자랑거리가 되고 싶다거나 걱정시키지 않고 싶다고 생각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의 불화가 자신이 무엇인가 잘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또 앞으로라도 자신이 착한 아이가 되면 이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을 아이들은 갖게 된다고 한다.


(하략)


[전문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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