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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Apr 07. 2022

론 서바이버 (2013)

[영화의 발견 3] 2022년 3월 21일 발행글

선택과 책임에 대한 기본적인 물음을 던진 다음 발생 가능한 예시를 제시하며 이 선택을 실제로 할 수 있느냐고 관객들에게 다시 질문하는 것인데, 여기에 제대로 답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본문 내용 중에서.


**어바웃 무비 채널의 모든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 <론 서바이버>는 현재 넷플릭스(Netflix), 네이버 시리즈 온, 티빙(TVing), 왓챠(Watcha) 등을 통해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전문은 하단의 링크를 통해 제공되며, 유료 콘텐츠로 제공됩니다.



조금 더 넓은 의미의 좋은 영화.

‘좋다’라는 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는 요즘이다. 이 연재를 이어가기 위해 영화를 고르다 보면 더 그렇게 되고 만다. 연재 <영화의 발견>의 기본 방향은 아직 국내에 공개되지 않았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그전에 먼저 스스로가 좋다고 생각하는 작품이어야 했다. 그렇다면 좋은 작품은 어떤 작품을 말하는 것일까?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위치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관객이 선택한 영화? 오스카처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영화제에서 수상을 차지한 상? 엄청난 제작비가 투자되어 압도적인 스케일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 글쎄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그런 영화들이 좋은 영화가 아니다가 아니라, 그런 영화들이 아니어도 좋은 영화가 충분히 될 수 있다는 것.


이런 문제를 이야기할 때 자주 소개하는 영화가 앤드류 니콜 감독의 <인 타임>(2011)이라는 작품이다.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출연해서 더 알려졌던 영화이기도 하다. 삶의 모든 비용이 시간으로 계산된다는 설정과 서로의 손목에 새겨진 ‘카운트 바디 시계’를 통해 시간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는 아이디어 또한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주인공 윌이 엄마를 잃게 되는 장면의 연출도 이 영화의 성취 중 하나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았고. 하지만 사람들은 좋은 SF 영화를 언급할 때 이 영화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중반부를 지나며 지극히 평범해지며 기대했던 마음을 허무하게 만드는 아쉬움 때문이다. 처음에는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했다.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을 가능성이 더 크니 말이다.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한 대가는 생각보다 가혹한 법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영화 <인 타임>의 출발선 상에 놓인 소재에 대한 창의성과 초반부의 연출력만큼은 그 어느 SF 영화와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그 어떤 장점도 발휘하지 못하고 다른 영화에서 본듯한 기시감만 남기고 막을 내리는 작품들도 많이 있다. 여기에서 어떤 작품이라고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여기에 더해 모든 부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는 작품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조금 많은 영화를 접하다 보니 조금 더 넓은 마음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 깊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결코 닿을 수 없는 지점의 이야기나 매력이 분명히 있다. 이 세상에도, 영화의 이야기 속에도.


영화의 시작과 함께 타깃이 확보되는 전쟁 영화.

일반적으로 전쟁 영화의 구조는 간단한 편에 속한다. 기승전결의 기본적 구조에 철저히 기대어 목적이 되는 대상을 확보 혹은 저지하고 주어진 (대체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내는 것이 대부분. 해피 엔딩을 향해 나아간다. 그렇다 보니 이 장르에서 진보하는 부분은 드라마적 측면보다는 기술적 측면이었다. 과거 작품에 비해 더욱 화려하고 웅장한 전투 장면을 구현해 내고, 최대한 관객들이 실감할 수 있는 표현 방법을 찾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2017)는 그 정점에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아이맥스(IMAX) 포맷이 보여주는 영화 <덩케르크>는 관객들에게 가히 압도적이라 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했다. 혹자는 자신이 전쟁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고 말할 정도로.


그렇다고 해서 드라마적인 측면의 발전이 전혀 없었는가 하면 그런 것은 또 아니었다. 2000년대 후반, 2010년대 초, 중반을 거치면서 전쟁 영화의 이야기 역시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허트 로커>(2008)를 통해 폭발물 제거반 EOD팀의 이야기를 보여줬고,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은 <퓨리>(2014)를 통해 전차 군단의 위용과 함께 전쟁터에 던져진 한 청년이 겪게 되는 심리적 변화를 세심하게 들여다봤다. 멜 깁슨은 자신이 직접 감독의 역할을 짊어지고 비폭력주의자인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터에 던져진 의무병의 모습을 그려내기도 했다. 영화 <핵소 고지>(2017)다. 이전에도 다양성에 대한 갈증이나 드라마적 변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경향성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분명히, 여기에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 제작되기 시작한 배경이 놓여있다.


오늘 소개할 영화 <론 서바이버> 또한 그런 맥락에서 탄생한 영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2005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실제로 있었던 ‘레드윙 작전’, 그 작전에 투입된 네이비 씰 대원들의 실화가 바탕이 되는 작품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이전의 전쟁 영화들이 직접적으로 다루려고 하지 않던 ‘인류 보편적 가치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 영화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내부의 드라마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전투 장면이 빈약한 것도 아니다. 영화의 중반부에서 등장하는 전투 장면은 20분이 넘게 계속된다. 다만 이 영화를 드라마적인 측면에서 더욱 살펴보고자 하는 이유는 표현되고 있는 전투 장면이 단순히 오락성을 위해 소비되는 종류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드라마적인 측면에 더 가까운 자리에서 보편적 가치를 선택하고 실현하는 일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증명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된다.


(하략)


[전문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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