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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Apr 14. 2022

13년의 공백 (2017)

[어바웃 무비 5] 2022년 3월 28일 발행글.

그저 자신의 삶을 살았던 아버지와, 아버지의 진짜 삶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그가 남긴 유산으로 인해 어려운 삶을 겪으며 원망을 쌓아올 수밖에 없었던 아들들과, 양쪽 모두의 입장을 이제는 알지만 어느 쪽의 편도 쉽게 들 수 없는 관객들의 마음이 각각의 레이어가 되어 영화 안쪽에 차곡차곡 쌓이게 되는 것이다.

본문 내용 중에서.


**어바웃 무비의 모든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 <13년의 공백>은 현재 네이버 시리즈 온, 티빙(Tving), 웨이브(Wavve)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전문은 하단의 링크를 통해 제공되며, 유료 콘텐츠로 제공됩니다.



한 사람에 대한 감정이 정확히 하나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이 가진 특정한 모습 때문에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리고, 또 다른 사람은 그 사람이 보여주는 어떤 모습으로 인해 항상 가까이 두고만 싶고. 물론 실제로는 그럴 수가 없기에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사람의 행동이나 감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밀도 높게 엉키어 있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으니까. 한 발 더 나아가 두 사람 사이가 감정이 뒤섞이는 ‘관계’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가족이나 친구, 배우자와 같이 오랜 시간을 곁에서 함께 지내며 기억을 나누게 되는 이들과의 사이에서는 더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들이 똬리를 틀게 될 것이다. ‘애증’이라는 단어도 그렇게 태어난 것 아닐까?


사실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감정이야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항상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대상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이다. 그 감정의 근원이 되는 대상이 아직 이 세상에 존재하거나 완전한 이별을 맞이하기 전에 어느 정도의 해결을 이루어낸 상황이라면 그나마 나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분명히 그렇지 못한 순간들도 존재한다. 마음속의 응어리를 다 풀지 못했는데 그 대상이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다던가 하는. 나의 경우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보면 언제나 그런 비슷한 감상을 느끼게 된다. 감독이 영화의 마지막에서 분명히 어떤 ‘화해’를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겨질 수밖에 없는 잔여 감정의 회색빛까지 모두 씻어내려고 하지는 않는 것 같아서다. 실제로도 그렇지 않나. 모든 감정을 깨끗이 정리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조금 까끌거려도 묻어두고 나아가는 것일 뿐. 고레에다 히로카즈 작품을 통해 그려지는 표현들이 이런 실제와 닮아 있기에 마음에 더욱 깊게 스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배우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 온 사이토 타쿠미가 처음으로 연출에 뛰어든 영화 <13년의 공백>은 앞서 표현했던 ‘회색빛의 감정’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영화의 타이틀에서도 직접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13년이라는 시간의 공백은 남겨진 가족과 그런 가족을 떠나 소식한 번 없었던 아버지 사이의 거리를 의미한다. 다만 사이토 타쿠미 감독은 이 관계를 어설프게 화해시키거나 봉합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 공백의 틈 사이에서 새어 나올 수 있는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자 할 뿐이다. 그것이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이거나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 감정이 어떻게 발생할 수 있었는지 또 발생한 이후에 어떻게 응집하고 흩어지는지를 따라가고자 한다. 그리고 지켜보고자 한다.


(하략)


[전문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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