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발견 4] 2022년 3월 31일 발행글.
어떤 일들은 미루어 두는 행위에 유예의 기간이 주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은 가까운 미래에 이전과 같은, 아니 그보다 조금 더 악화된 상황에서 선택을 종용 받기 마련이다. 그 시점에서조차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정말로 모두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본문 내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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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아트 오브 겟팅 바이>는 현재 네이버 시리즈 온, 티빙(TVing)을 통해 관람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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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직전에 중고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스라벨’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스터디와 라이프 사이의 밸런스’를 줄인 말. 어른들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워라벨’을 자신들 나름대로 변용한 표현 같다. 현직 고등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였는데 선생님은 아이들이 이 표현을 볼모로 삼아 능청스럽게 군다고도 말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이 이야기를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같은 학교 고등학생들과 점심을 먹게 된 자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스라벨에 대한 이야기를 넌지시 꺼냈더니 그 아이들은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도 근로 기준법처럼 수학(修學) 기준법 같은 게 필요하다고요! 스라벨을 위해서!’라고. 요즘 학생들 생각보다 똑똑하다.
같은 용어도 그 활용에 따라 전달되는 느낌이 달라지곤 한다. 말속에 담긴 의미나 그 용법, 뉘앙스, 또는 화자의 감정 상태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스라벨’의 평균적인 용법, 그 모습이 정확히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때 함께 이야기를 나눴던 아이들의 표정에는 약간의 자조적인 느낌과 투정이 섞여 있었던 것 같다. 어쩔 수 없는걸 잘 알지만, 그래도 조금은 지쳐있다는 뜻을 전하고 싶어 하는 느낌이랄까. 그 공간 안에 있던 이들이 모두 그런 분위기를 느꼈고, ‘스라벨 찾다가 워라벨 놓친다’는 농담에 함께 웃고 말았다. 마음대로 잘되지 않지만 언젠가는 꼭 찾고 싶은 염원을 담아 태어난 워라벨. 애초에 스라벨이라는 것 자체가 그런 워라벨의 모양을 타고난 것이니 결국에는 워라벨이나 스라벨이나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다만 그런 잔혹한(?) 사실까지 그 친구들이 벌써 알 필요는 없을 테니 우리는 다시 신나게 밥을 먹기 시작했다. 스라벨이라는 것은 워라벨과 비교해서 찾기에 조금 더 용이하거나 힘든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누군가의 삶이 표현되는 단어인 게 아닐까.
한 번뿐인 인생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이다. 지나가버린 시간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또한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끔 멈추고 싶은 마음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이 자신의 미래에 가장 중요한 때라고 주변에서 아무리 강변을 하고, 심지어는 스스로가 깨닫고 있더라도 말이다. 앞선 스라벨이나 워라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후의 선택은 각자의 몫이고 그 선택에 따른 결과도 개인의 책임이 되겠지만, 그건 일단 나중의 문제다. 지금 당장, 이런 종류의 결정이 어렵고 쉽게 선택할 수 없는 것은 적절한 선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디까지 조절해야 그 ‘밸런스’를 찾을 수 있는지. 그저 앞만 보고 열심히만 달려온 이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문제다.
왜 지금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
영화 <아트 오브 겟팅 바이>는 예술적 재능은 갖고 있지만 그 재능을 발전시키고 싶지는 않은 고등학생 조지(프레디 하이모어 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는 매사에 의욕을 잃고 방황하는 인물이다. 어차피 언젠가는 모두가 죽게 될 텐데 아등바등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나마 정을 붙이고 하는 일이라고는 교과서 여백에 낙서를 끄적거리는 것 정도. 그 역시도 어떤 목적이나 꿈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그저 남아 넘치는 시간을 죽이기 위함일 뿐이다. 좋아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딱히 열심히 하고 싶지는 않은, 해야 할 이유도 찾지 못하는 딱 그런 정도. 이런 모습의 그를 향해 쏟아지는 주변 사람들의 말은 모두 역시 비슷하다.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다. 갖고 있는 재능을 발전시켜야만 하고, 그래야만 좋은 직장을 가질 수가 있다. 현재의 모습에 어울리는 일만 해야 하고, 지금 해야 하는 일들을 하지 않으면 낭비일 뿐이다. 와 같은. 정작 조지 본인은 지금 당장 그런 것들을 왜 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데 말이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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