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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Sep 26. 2023

고백할거야

인디그라운드 16번째 큐레이션 : 나를 앓게 하는 영화들 1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랑을 표현하는 일의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균형에 관한 것이다.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정도와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 사이의 평형을 유지하는 일. 이를 위해서는 상대의 감정을 잘 살펴보고, 서로의 마음이 함께 나아가고 있는지 정확하게 확인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랑의 감정이 귀하다고 한들, 일방적이기만 해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감정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만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김선빈 감독의 영화 <고백할거야>에서는 학교 정문 앞에서 원치 않는 공개 고백을 받게 되는 성지원(김이슬 분)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수많은 학생과 선생님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신을 좋아한다는 남학생 한지원(김선빈 분)으로부터 강요당하게 된 마음. 심지어 대답까지 강요당하는 상황에서 내일로 미룬 채 어렵사리 도망쳐 나오지만, 인터넷에는 벌써 자신의 영상이 떠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가 자신을 좋아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그녀. 두 사람 사이에는 이름이 같다는 조금 특별한 계기 말고는 떠오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교류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한 남학생의 잘못된 고백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이 시종일관 주목하는 자리는 그 감정을 일방적으로 떠안게 되는 쪽이다. 예상치 못한 당혹스러운 상황 앞에서 잠시 감정적 어려움을 겪게 되는 여학생이지만, 영화는 그 자리를 무력하고 위태로운 상태로만 두고자 하지 않는다. 감정의 교류 없이 홀로 쌓아 올린 일방적인 사랑이 어떤 방식으로 무너질 수 있는지, 또 무작정 꺼내놓은 고백의 호기로움이 얼마나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지 거절의 장면을 통해 정확히 보여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한 가지 더, 이 짧은 에피소드를 지나는 동안 작지만 큰 성장을 했다고 볼 수 있는 인물 여학생 성지원을 두고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는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일에 대한 중요성을 말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두 사람이 다시 만나기 전에 등장하는 학교 선배(강소령 분)와의 추격전은 여학생 지원이 남학생 지원에게 자신의 뜻과 감정을 전달하기 전에 마주하게 되는 작은 에피소드가 된다. 정확하게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두 번의 과정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얻게 되는 평화. 영화의 마지막에서야 조심스러워야 할 자리와 단호해야 할 자리가 비로소 제자리를 찾는다.



김선빈 / 한국 / 2021 / 14 Mins

김이슬, 김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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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설립한 인디그라운드(Indieground)의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열여섯 번째 큐레이션 ‘나를 앓게 하는 영화들’ 중 한 작품입니다. 오는 2023년 9월 30일까지 인디그라운드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회원 가입 후 시청 가능합니다.

www.indiegroun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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