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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Dec 15. 2023

텐트틴트

인디그라운드 큐레이션 리플레이 상영 9 : 너, 내 동료가 돼라!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연인의 거리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너무 가까우면 불편하고 또 멀어지면 서운해지는, 그 거리를 가늠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기만 하다. 이 문제는 서로의 성향이 다른 경우에 훨씬 더 복잡해진다. 함께 있어야 안정을 느끼는 사람과 혼자만의 시간이 온전히 필요한 사람의 거리는 더 멀 수밖에 없는 법이다. 자신의 성향이 어떤 쪽인지 알지 못하거나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역시 더욱 그렇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우리를 서로 바라보게는 만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연히 가까워지게 만들지는 못한다.


“성곤아 너 언제 나갈 거야?”


동주(심달기 분)는 오래된 연인 성곤(김성곤 분)과의 권태를 해결해 보고자 그를 집에서 내보내고자 한다. 처음에는 그녀가 먼저 살자고 했다. 성곤이 집을 구할 때 여유가 있어 보이지도 않았고, 함께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관계가 너무 당연해지고 편해지기만 할 줄은 몰랐다. 지금 이 불편한 마음은 예상 가능했던 장면과 그렇지 못한 사실 사이에서 일렁인다. 그래도 막상 내보내자니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가 새로운 집을 찾는 동안 함께 거리를 누빈다.


영화 <텐트틴트>에 등장하는 두 인물 동주와 성곤은 오랜 연인이다. 서로의 등을 밀어줄 수 있을 정도로 막역하다 못해 감출 것이 없는 두 사람. 하지만 이들 사이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권태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영화는 멀어질 듯 멀어지지 않는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관망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관객들이 발견하게 되는 것은 두 가지다. 함께 쌓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다른 두 사람은 결국 다른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고, 모든 관계는 멀어지기도 가까워지기도 하며 나아간다는 것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었나. 내쫓기듯 독립한 성곤은 예전만큼 동주의 연락을 받지 않는다. 그런 그의 태도가 이제와 신경 쓰이기 시작하는 그녀. 심지어 다시 함께 살자는 말까지 하고 만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두 사람의 태도를 영화는 텐트와 함께 산으로 향하는 장면을 통해 영화적으로 극대화하고자 한다. 꼭 산이 아니어도 된다. 바다로 향했어도 되고, 가까운 낚시터로 떠났어도 괜찮다. 산에서 만나게 되는 표범 가면을 쓴 이상한 남자(신민재 분)의 정체도 굳이 알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들이 산에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이유로 서로를 헐뜯고 하는 것들은 여기에서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신에서도 하나의 프레임 속에 함께 머물고 있다는 것.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또 투닥거리고 멀어지지만, 서로의 거리가 보이지 않게 되어버릴 정도로 멀리 벗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주요한 부분이다. 영화의 마지막 자리에 놓여 있는 성곤의 말을 여러 번 반복해서 듣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주야, 우리 그냥 같이 살까?”


멀어진 사랑도 그 마음이면 된다.



이준섭 / 한국 / 2021 / 29 Mins

심달기, 김성곤, 신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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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설립한 인디그라운드(Indieground)의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리플레이 상영 ‘너, 내 동료가 돼라!’ 중 한 작품입니다. 2023년 11월과 12월의 순차적 상영을 통해 인디그라운드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회원 가입 후 시청 가능합니다.

www.indiegroun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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