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영준 Sep 19. 2015

#033. 메이즈 러너 : 스코치 트라이얼

무거움을 덜어내고 오락성을 강조한 안정적인 뜀박질.

Title : Maze Runner : The Scotch Trials
Director : Wes Ball
Main Cast : Dylan O'Brien, Kaya Scodelario, Ki Hong Lee
Running Time : 131 min
Release Date : 2015.09.17. (국내)




01.

이 작품 시리즈의 전작인 <메이즈 러너>의 이야기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해리 포터> 시리즈의 전 세계적인 흥행 이후 이런  종류의 트릴로지(Trilogy, 3부작) 작품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물론 <해리 포터>의 경우엔 3부작을 훌쩍 뛰어넘는 방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선봉에 서 있는 스튜디오는 <헝거 게임>, <다이버전트> 등의 시리즈들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는 "라이온스 게이트". 사실 이와 같은 시리즈물의 경우에는 대부분 흥행에 성공한 소설들을 원작으로 두고 있기에 안정적인 출발이 가능하다는 장점과 함께, 큰 문제가 없는 한 속편이 지속되는 3-4년 정도의 기간 동안 안정적인 수입원을 창출해 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10년을 넘게 이끌어 온 <엑스맨> 시리즈가 퇴장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20세기 폭스"는 또 다른 시리즈 작품들에 관심을 쏟고자 했을 것이고, 이 작품 <메이즈 러너>가 선택된 게 아닐까 싶다.


02.

원작을 기준으로 한다면 이번 작품 <메이즈 러너 : 스코치 트라이얼>(이하 스코치 트라이얼)은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 <데스 큐어> 총 세 편의 이야기 중 두 번째에 위치하고 있다.(최근 프리퀄 이야기를 다룬 <킬 오더>가 원작 리스트에 추가되었다.) 그 동안 많은 트릴로지 작품들의 경향을 보면 대체적으로 두 번째 작품들은 지루한 경향이 없지 않았다. 첫 번째 작품은 등장과 함께 관객들에게 진한 인상을 남겨야 하기에 흥미로운 부분들로 채워지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마지막 작품은 또 그 나름대로 화려한 엔딩을 위해 그 동안 심어 놓은 사건들을 해결하며 일종의 수확을 하기에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유독 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두 번째 작품의 경우엔 앞 뒤의 두 작품이 안고 가지 못한 부분들을 모두 짊어져야 하는 모습들이 있었다. 시리즈의 진정성을 위해 주인공의 아픔과 고뇌도 담아야 했고, 시리즈의 정체성을 이어가기 위해 복선들을 열심히 설치만 하다 끝나는 모습이었다고 할까? 어쩌면 삼 형제 집안의 둘째라는 존재가 갖게 되는 태생적인 한계였을지도 모르겠다.


03.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번 작품 <스코치 트라이얼>은 그 동안 많은 시리즈 물에서 보여준 두 번째 작품들 중에서는 괜찮은 편에 속하는 단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이전에 이런 느낌을 받은 작품이 <반지의 제왕 : 두 개의 문> 정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스타워즈> 시리즈와 <해리 포터> 시리즈는 논외로 하겠다.) 이 작품에서 가장 장점이라고 생각되는 점은 작품이 전체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다소 비약적인 표현을 쓰자면 '무난하다'는 평을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감독인 "웨스 볼" 감독은 원작 소설의 무거움과 진지함은 덜어내고 오락성에 조금 더 무게를 두면서, 앞서 설명한 3부작 작품의 두 번째 영화가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피해보려고 한 듯 보인다.


04.

개인적으로는 관객들이, 특히 헐리우드 작품들에, 재미와 철학 두 가지 모두를 기대하기 시작한 것이 <다크 나이트>(2008)를 본 이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그런 작품들을 만들어 내는 "크리스토퍼 놀런", "죠스 웨던", "브라이언 싱어" 같은 감독들이 말도 안 될 정도로 뛰어난 연출력을 갖고 있을 뿐, 사실 이 정도의 퀄리티를 뽑아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번 작품만 보더라도 원작 소설에 비해 주인공인 "토마스"의 심리적인 갈등이나 과거에 얽매인 내러티브들은 과감하게 배제되어 있다. 하지만 2시간 남짓에 불과한 러닝타임 속에 원작 소설의 내용을 모두 담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에 가깝고, 이런 상황에서 감독들은 어떤 한 부분이라도 제대로 살려내기 위해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이번 작품에서 "웨스 볼" 감독은 분명히 그러한 고뇌를 한 것처럼 보이고, 관객들이 이 작품을 조금 더 오락적으로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연출한 것 같다. 물론 이는 'Visual Effects Director'로써 작업을 시작한 감독의 성향에 큰 영향을 받았을 것 같기도 하다.


05.

물론 그렇다고 이 작품에 아쉬운 부분이 전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앞서 이 작품이 오락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전편인 <메이즈 러너>에 비해 스펙터클한 부분의 매력은 다소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다만 그 부분에서 상실될 수 있는 긴장감을 '좀비'라는 대상을 이용한 1차원적인 스릴감으로 변용하여 관객들을 긴장하게끔 만들고 있다. 또한 이 시리즈물의 정체성이라고 볼 수도 있는 '제한된 공간'을 이용한 몰입은 여전히 주된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역시 전작과 차이점이 있다면, 개념적으로서 사용되던 '제한된 공간'이 이번 작품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하여 작품 속 인물들 뿐만 아니라 그를 지켜보는 관객들의 심리적인 부분까지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지하 수로를 이용한 장면은 이 부분이  극대화된 시퀀스라 볼 수 있다.)


06.

만약 이 작품이 원작 소설에 비해 인물들의 심리적인 묘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관객들의 경우에는 "토마스"와 "트리샤" 두 인물이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특히 "트리샤"의 경우에는 이 작품 <스코치 트라이얼>에서 마지막에 결정적인 위기를 유발하는 인물이기에 그녀의 변심에 대한 심리적 변화가 적극적으로 다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그들이 이러한 상황에 놓이게 된 이유가 담겨있을 기억을 잃기 전의 과거에 대한 내러티브가 드러나지 않은 부분 역시 이 작품이 오락성을 선택한 것에 대신 상실해버린 대가로 보아야 할 것이다.


07.

주인공인 "토마스"의 심리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가 보여주는 행동으로부터 관객들은 그가 갖고 있는 하나의 신념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전작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여준 "토마스"이지만, 그는 이번 작품에서 역시 3-4번의 위기를 맞이하면서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에 대해 한 번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계속되는 어려움 속에서 스스로의 신념에 기반을 둔 일관성 있는 행동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아는 우리들로서는, "토마스"의 세계가 영화 속 허구의 공간임을 감안하더라도 그가 걸어가는 길에 왜 항상 '동행(同行)'이  함께하는 지를 알 수 있게 된다.


08.

조금 의아스러운 점이 있다면, 전 편 <메이즈 러너>에서 "토마스"와 함께 무리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던 "민호"와 "뉴트"의 비중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거의 모든 어려움을 "토마스" 개인의 판단력과 재능으로 이겨내는 모습들을 보여주는데, 이는 앞으로 이 작품이 나아가려는 방향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마지막에 이르러 "에바" 박사를 노려보는 "토마스"의 모습은 마치 영화 <헝거게임 : 모킹제이>에서 캐피톨에 맞서기 위해 자신의 '모킹제이'를 지긋이 쥐었던 "캣니스"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결국 이 작품에서 "토마스"를 전면에 내세워 밀어준 의미가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09.

짧게 다루어지기는 했으나 '위키드'의 추격에서 벗어난 무리가 '오른팔 조직'을 처음 찾아간 곳에서 등장하는 환각 파티 시퀀스는 영화 속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많은 SF 작품들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에 대해 이 영화 역시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표현되고 있는 방법에 조금 더 눈길이 가는 것은,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경계가 과연 분명하게 설정되어 있는 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토마스" 무리가 "호르헤"를 따라 도착한 곳은 그들이 '오른팔 조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종의 '유토피아'였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약물과 쾌락으로 통제되고 있는 그 곳은 분명히 '디스토피아'적인 모습을 하고 있지만, 동료들에 의해 구출이 되기 전까지 "토마스"는 그 곳을 '유토피아'라고 느끼게 된다.(물론 처음에 기대했던 '유토피아'와 약물을 마신 "토마스"가 느끼는 '유토피아'의 개념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10.

계속해서 비교하게 되지만 <헝거 게임 : 모킹제이>가 그랬고, <얼리전트>가 그랬듯, 아마도 이 작품의 마지막 <메이즈 러너 : 데스 큐어> 역시 두 편으로 나뉘어 개봉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토마스"와 "테레사"의 과거 이야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면 그 부분에 대한 내러티브도 살려내야 할 것이고, <데스 큐어> 단편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최근 공개된 <킬 오더>에 대한 내용 역시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아까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 설명한 대로 시리즈물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가고 싶은 욕심도 있을 것이고..


11.

특히 예술 분야에서 '안정적'이라는 단어와 그 시도는 손가락질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는 옳지 않은 시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한 시대의 사조(trend) 혹은 흐름(flow)은 경쟁적인 새로운 시도들만으로는 결코 이어갈 수 없는 개념들이다. 그런 점에서 '무난한 방법' 또한 작가 혹은 생산자가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 중 한 방법으로 인정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이 작품 <메이즈 러너 : 스코치 트라이얼> 또한 일부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 있겠지만, 이 작품이 시리즈물의 한 파트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 흐름이 결코 나쁘지 않아 보인다.




Copyright ⓒ 2015.

joyjun7 All rights Reserved

매거진의 이전글 #032. 메이즈 러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