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대표와의 첫 통화
여기까지 오는데, 책쓰기를 위한 의미있는 진전이 있고, 브런치에 글을 처음 올리기까지 꽤나 시간이 걸렸다.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게 2018년이다. 로고스 서원의 1년 글쓰기 과정을 등록해서 처음으로 남들이 읽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내가 쓴 글을 남들에게 읽어주고 피드백을 받는 시간을 보냈는데 얼굴이 화끈거려 죽는 줄 알았다.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그때쯤이지만, 2020년 회사를 시작하면서 써야겠다는 마음이 더욱 들었다. 처음 글을 쓸 때는 내 안의 검열자의 평가와 싸우는 것이 일이었다면, 책 쓰기는 왜 내가 책을 내야 하는가에 대한 당위성과의 싸움이었다. 하긴 모든 것이 그렇긴 하다. 왜 하는지, 그 이유와 근거와 대의명분만 명확하다면 왜 망설일까? 이 대의명분이 생기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계속 주저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매해 "올해 내가 책을 안내면 손이 장을 지진다" "진짜 올해 안 쓰면 나를 바보라 불러라" 이러면서 신년계획을 세웠건만 진행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 와중에 글쓰기 연습에 있어서 의미 있는 진전은 있었다.
2022년부터 부산일보에 '위드디자인'이라는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돈 받으면서 글쓰기 훈련을 한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매번 마감일 전에 밤을 새워야만 글이 완성이 되었다. 점점 더 빨리 써질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갈수록 더 악화되었다. 데드라인이 오지 않으면 아예 쓰지 않는 상황 까기 가게 되었다. 점점 교정에 쓰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작년 가을에 연재가 멈췄다. 계속했으면 아마 스트레스로 어떻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작년 말에는 회사일로도 초주검이었다.
그리고 페북에도 조금씩 글을 써서 올리려 노력했다. 조금씩 더 사람들의 평가와 시선으로부터 자유해지는 것을 느꼈다. 인간은 관종임과 동시에 또한 사람들의 평가를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책 쓰기를 위한 노력으로는
2019년 어느 편집장의 부산 책 쓰기 세미나에 참석했고,
2019년 말에는 첫 아이디어를 가지고 (기획서는 없는 상태로) 편집장과 개인 면담, 일종의 컨설팅을 했는데 확실히 내가 준비가 안 되었음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2023년에는 sqibler라는 출판앱을 구독해서 목차를 정하고 조금씩 쓰는 일을 시작했다. 여전히 진도가 나간다는 생각보다는 어떤 주제로 쓸지, 어떤 재료들이 있는지를 정리해 보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오랜 생각의 끝에 하나의 키워드, 관통하는 주제가 잡히는 것이 느껴지면서
2023년 10월 4년 전에 만났던 편집장과 다시 만남을 가졌다. 여전히 기획서를 작성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좋은 피드백을 받았고, 드디어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여전히 글 쓰는 것이 느리고, 잘 써지지 않는 상황 가운데서, 아예 출판 컨설팅을 받을지, 작가팀의 도움을 받을지도 고민이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글을 쓸 시간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먼저 출판사를 정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출판기획서를 작성했다. 6장 정도로 썼다. 샘플 글을 2,3개 붙이라는 조언도 있었지만 도무지 그렇게까지 쓸 수 있는 여력은 없어서 기획서만 작성했다.
아는 에디터에게 보내서 의견을 들어보았다.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인 곳도 있고, 어렵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출판하려면 많은 거절을 경험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소규모 출판사면서 요즘 트렌드인 인스타나 유튜브 등 기존 독자층을 어느 정도는 이미 확보한 인플루언서 대상으로 출판하는 곳은 나랑 완전히 안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NS 팔로워가 얼마인지부터 물어본다. 안전하게 가겠다는 것이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작가라면 작가의 스펙보다 (요즘 워낙 스펙 좋은 사람들이 좋다 보니) 이미 SNS에서 팬을 확보했는지가 더 중시되는 분위기인 것 같았다. 이런 출판사는 나와 맞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결심했다. 나와 결이 맞고 방향성이 같은 회사나 편집자를 만나야 한다는 뜻이다.
일단 원고를 쓰는 것이 중요한데 출판사가 결정이 되어야 글을 쓸 것 같았다. 출판사와 대화하면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나를 아니까.... 그냥 자발적으로 글이 쓰이지 않는다. 치명적이다. 무조건 나를 끌어줄 회사/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렇게 출판사 한 곳을 소개받았다. 대표에게 기획서와 나의 이력서 그리고 이제까지 써 놓은 몇 개의 글을 샘플로 보내고 연락을 기다렸다. 3일 만에 전화가 왔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글은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스타일로 글을 쓰는지 알겠다
2) 기획서는 주제가 너무 광범위하다. 하고 싶은 말은 있는 것 같다.
3) 에세이글보다는 인문적이나 경제경영, 자기 계발 글쓰기가 맞을 것 같다. (에세이 쓰고 싶다고 했음)
4) 첫 책은 주제가 명확해야. 현재의 직업과 연결되도록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이 주제로 이 분에게 설명을 들으면 되겠다 싶은 사람인 것 같다. 그 사람이 그 책을 냈더라 해야 한다. 날을 세워가야 한다.
5)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주제다. 내가 궁금한 것을 이야기해 줄 것 같다.
출판 프로세스를 잘 모르는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대표님, 그래서 제 책 출판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시다는 건가요? 출판할 수 있도로 가이드해 주신다는 건가요?"
"ㅎㅎ 네 그렇죠. 관심이 있어서 설명을 드리는 거고요. 관심이 없으면 이렇게 설명 안 하고요. 안 되겠다 바로 말씀을 드립니다 ㅎㅎ"
아 그런 뜻이었구나.
"각만 잘 잡으면 될 것 같다"라고 이야기한다. 이 각이란? 틀을 다시 잘 짜보자는 이야기겠지?. 이메일로 조금 더 정리된 피드백이 왔다. 기획서로만은 아직 너무 부족하다. 피드백이 왔는데 내 의도를 정확히 이해한 것일까 싶다. 방향성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일단 1차 기획서의 의도대로 샘플 글을 2,3개 써서 만나볼 예정이다. 얼굴 보고 이야기를 많이 해 봐야겠다. 6장 기획서만 가지고 어떻게 내 의도를 다 알 수 있을까?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과 내가 내고자 하는 메시지가 책으로 똑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말에는 100% 동의가 된다.
[책 쓰기 TIPS] 내가 고쳐야 할 점... 이건 칼럼 썼을 때도 들은 이야기인데
인용을 너무 하지 말라. 온전히 내 보이스로 이야기해야 한다. 에디톨로지를 통해서 내 이야기인양 이야기하는 것이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