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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at Work May 06. 2024

출판사대표와의 첫만남

책은 분야 싸움이다?

나의 기획서에 대한 첫 통화와 이메일 반응에서, 출판사 대표는 디자인에 관심있는 분으로 보였다. 디자인책 출판에 흥미를 느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평생 디자인을 한 디자이너가 쓰는 책이기에 '디자인'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고, 대부분의 사례도 '디자인'이기는 하지만 좀 더 일반적의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통화로 디자인에 관련된 본론의 글을 보고 싶다는 의견을 받았지만, 일단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용을 좀 써보고 싶었다. 통화이후 2,3주에 걸쳐 2개의 글을 썼다. 주로 내 자신에 대한 이야기, 설명, 주제에 대한 이유, 등등이 반영된, 빌드업을 위한 나의 이야기였다. 


즉 원래 의도대로 에세이적인 내용으로 프롤로그 중심의 이야기를 써서 미팅을 가졌다. 근데 망한 느낌.


1) 첫 반응

"누가 모르는 작가의 자기 이야기를 읽을까?"

"책 출판은 분야 싸움이다. 에세이는 알려진 작가가 쓴다. 그 시장도 넓다. 뚫기 어렵다"


비문학 책은 독자들이 뭔가를 배우거나 흡수하기 원해서 읽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르는 작가가 자기 이야기를 써 놓은 것을 누가 읽는가 하는 것이다. 누군지 모르는 저자를 보았을 때 이 사람이 권위자구나 하는 것이 필요한데... 나에게 독자들이 원하는 것은 '디자인'이라는 것... 즉 당장에 독자들이 읽어서 '나에게 도움이 될것 같다'라는 책을 쓰라는 것이다. 


2) 출판사가 생각하는 책의 방향성

"디자인에 대해서  똑 부러지게 이건 이런거야 이야기해 주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

아 어렵다. 결국 설득당해 버린 것인가?

디자인책을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다시 디자인책으로 돌아온 것일까? 내가 디자이너라 그런지 그렇게 흥미로운 디자인책을 보지 못했다. 누가 내 글을 읽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디자인관련 SNS는 인기도 없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에 종사하지만, 막상 디자인 책이나 콘텐츠가 그리 흥미롭지가 않다. 나조차도 그런데 누가 읽을까?  

"교과서적인 책은 쓰고 싶지 않은데요?" 라고 어필해 보았으나... 

"재밌고 쉬운 교과서 같은 책이 필요해요" 라고 한다. 

재밌고 쉬우면서 유익하기까지 한 디자인교과서 같은 책이라니... 너무 어려운 것 아닌가? 


첫 통화에서도 느꼈지만 출판사대표가 원하는 책의 방향이 명확해 보였다.  

처음 책을 내고자 하는 나로서는 자신있게 내가 원하는 책을 쓰겠다고 말을 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꺠닫는다. 원고가 완성이 되지 않았기에 내 생각을 설득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편집자의 의겨에 맞추어서 1,2편을 더 써보기로 했다. 


3) 타겟은 누구인가?

"내 책을 누가 읽을 것인가?"

"이 책을 읽는 사람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가?" 질문한다. 


다른 전문분야의 사람들에게서 "타켓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해요"라는 말을 들으면 살짝 얼굴이 붉어진다. 

디자인 전문가로서 타겟을 결정하고 퍼소나를 명확히 하면서 문제를 찾아가는 것이 나의 전문성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책을 내는데 있어서는 왜 이것이 잘 안될까? 남들의 전략과 방향성은 잡아 주면서 왜 내 것은 안 되는 것일까? 신기할 일이다. 책쓰기에 디자인씽킹 프로세스를 접목해 보고 싶은 이유다.


기획서의 타겟이 잘 좁혀지지가 않는다. 더욱 확실하게 좁히라고 한다. 한명의 독자를 생각하라고 하는데 잘 안된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객관적인 시각으로 들여다 보자.


[1차 기획서의 타겟]

스스로 경계인이라 느끼는 모든 애매모호한 사람들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사람들

새로운 융합 학문과 4차 산업혁명, AI 시대에 다양한 요구를 받고 있는 사람들

자신의 분야로 침투해 들어오는 다른 분야를 바라보며 불안한 사람들

이것 저것 하고 싶은 일도 많고 관심 분야도 많은 사람들

안정적인 직장을 추구하면서도 안주하는 것에 참을 수 없는 사람들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애매모호한 20대 취업준비생

제2의 경계, 새로운 가능성이나 커리어 전환을 모색하고 싶은 30, 40대 직장인

새로운 삶의 경계를 넘어가야 하는 50, 60대 및 은퇴자


디자인 책 중에 아마도 책쓰기에 있어서 퍼소나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쓴 책은 새로운디자인도구들 (이정주, 이승호, 2018)일 것이다. 서비스디자인을 위한 방법론을 깊이 있고 자세히 다루는 책에 걸맞게 책의 독자를 제대로 정리해 놓고 있어서 좀 놀라왔다. 제대로 디자이너의 도구를 글쓰기에 잘 접목한 예일 것이다. 타겟 독자를 이 정도로 정밀하고 세밀하게 정의해야 한다. 

새로운디자인도구 (이정주, 이승호, 2018) 4명의 독자유형 중 대표 독자

미국의 대표적인 스포츠웨어 전문업체인 룰루레몬은 1988년 창업 당시에 타겟 고객을 명확하게 정의한 것으로 유명하다. "콘도 회원권을 가지고 있고, 여행과 운동을 좋아하는 32세 전문직"이 타겟이었다. 33세도 31세도 아닌 32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새롭게 독자를 정의해 보자. 


3)타임라인


9월까지 원고가 완성되면 올해 출판은 가능하다고 한다. 엄청난 도전의 시간이다. 길게 시간을 잡는다고 써 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도 많다. 데드라인이 있어서 써지는 나이니 일단 무조건 써보자. 4월내로 출판사와 톤을 맞추기 위한 글을 한두편 쓰기로 했는데.. 그냥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5월내로는 방향을 잡아보자.


이제는 써야할때. 너무 완벽하게 기획서를 쓰려고 하지 말자. 일단은 원고가 나오고 나서 조정이 필요할 것 같다. 1년전 기획서로 다시 돌아와 버렸다. 2개의 프로토타이핑을 해 봐야 한다. 2개의 기획서가 있는데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일단 프로토타이핑을 해 보고 피드백을 받아봐야 할 것 같다. 일단 쓰는데 집중하자. 먼저 향을 정해 놓고 써야 한다고 이야기해 주는 조언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나도 결정을 못하겠다. 

일종의 rapid prototyping을 해 보아야겠다. 검증을 하기 위한 초안이 필요하다. 

역시 써야한다는 결론밖에 안 나온다. 


[tip 2]

문장을 짧게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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