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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희 Mar 25. 2024

The Art of Letting Go


아빠가 죽는 꿈을 꿨다. 먼 캘리포니아에 살면서 가족에 대해 나도 모르게 생각을 많이 했는지, 어느날 그런 꿈을 꿨다. 꿈이 너무 생생해 자고 일어나서도 한참 울고, 불안한 마음에 친구에게 전화해 이 이야기를 하면서도 또 울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죽음이 다가온다면, 그걸 알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





이런 생각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오랜만에 좋은 콘텐츠를 봤다. 손예진, 전미도, 김지현 배우가 나오는 <서른, 아홉> 이라는 드라마다. 사실 이 드라마를 추천받아 알게된지는 좀 되었지만, 스토리를 감당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서른 아홉에서는 친구 세명의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나 싶을 때쯤, 친구 하나, 찬영이 말기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 그리고 찬영은 치료를 받지 않고 남아있는 날들을 잘 보내고 가겠다고 결심하는데, 친구들, 남자친구, 부모님까지 자기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한명씩 소식을 알려갈때마다 주변인들의 반응이 현실적이다. 믿기지 않는 듯 울음을 터뜨리다,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면 더 마음이 힘들 찬영을 생각하며 애써 강한척들을 한다. 드라마는 반전 없이 찬영의 장례식까지 보여주는데, 서른 아홉을 보며 생각 두가지.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사람은 강하다. (특히 엄마)

그렇지만 나는 떠나보내는 자가 되기보다는 떠나는 자이고 싶다.





타지생활을 하며 많이 아쉬운 점은, 가까운 사람들의 경조사를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회사 동료들, 친구들이 결혼을 많이 하는 나이대에 있어 그들의 결혼식에서 축하해주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데, 혹여 가족에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에도 함께하지 못할까봐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미국 사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박사 졸업시험을 앞두고 있던 시기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형제들이 알려주지 않아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을 전할 때에야 알려주어) 본인 아버지 장례식에 가지 못했다는 이야기나,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회사일이 정리되지 않아 결국 장례식에 가지 못했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듣는다. 그럴때마다 나는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길 바라지만, 언젠가 누군가는 반드시 떠나보내게 될텐데.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그가 원하는대로 떠나보낼 수 있을 만큼 성숙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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