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포토그래퍼 사이이다에게 모델 장윤주
#사이이다를다섯사람에게 보내고 끝에
모델 장윤주가
보내온 목소리를 글로 만들어
포토그래퍼 사이이다에게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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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사이이다의 사진은 너무 많아
어느 시기였나
사이이다가 사람들을 많이 그리던 시절이 있었어.
나도 그리고 싶다고 해서 집으로 찾아갔는데
옷도 내가 입고 싶은 대로 입고 오라고 해서
그때 나는 스물두 살 인가 세 살 때거든
속옷에 스타킹을 신은 단발머리의 소녀로
그려주기를 바라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의 나를 또 사진으로도 찍더라고
그때 사진도 그림도 너무 좋았고
마리 끌레르 매거진 촬영 때도
어느 사진작가도 표현하지 못한 나의 몸의
부드러움을 담아냈는데
우리 둘이 친구이기 때문에
사이이다의 카메라를 보는 나의 눈빛이
또 나를 보는 사이이다의 카메라가
서로를 숨길 수가 없이 그대로 투영되었지.
1집 앨범을 찍었을 때
나는 소녀였어
그런데 2집 앨범 때는 여자가 되고 싶더라고
어떤 누가 봐도
길가의 나무가 봐도
저 사람은 여자구나
그렇게 찍히고 싶다고 했더니
사이이다가 알겠다고 하더니 정말 그렇게 찍어줬지.
나 개인적으로는
1집의 음악 보다 2집의 음악을 더 좋아하거든
사진도 1집 보다 2집이 더 좋아.
내가 소녀에서 여자가 되어 갈 때
사이이다의 사진도 그렇게 되어갔던 것 같아.
사이이다가 가진 빛은 너무 매력적이야.
조명을 쓰지 않고
데이 라이트로 사진을 찍잖아.
일할 때 나는 매번 조명을 두고 찍는데
이제는 알게 됐지.
데이 라이트에서 잘 찍는 게
조명을 두는 것보다 더 어럽다는 것을
그런 면에서 사이이다는 참 내공이 있고
희소성도 있지.
본인이 의도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피사체를 잘 담아내는 사진작가라고 생각해.
한동안 조명을 사용할까 하는 고민을 한 적도 있다고 들었지만
여러 이유 때문에 데이 라이트에서만 사진을 찍는데
그런 작가라는 것도
지금 시대에서는 더 가치가 있고
아마 한국 사람도 그렇지만
외국의 어떤 사람들이 이 얘기를 들으면
사진작가 사이이다를 되게 궁금해할 것 같아.
내가 모델을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지만
또 모델을 안 하고 나서도 여전히 그녀에게 찍힐 수 있고
영원히 좋은 친구이고 싶은 마음 있지만
지금에 그녀의 모델 이고도 싶거든
그건 사이이다도 같을 거야.
서로에게 프로페셔널한 자세로
새로운 작업을 해 온 것에 감사하면서
올해에는 내가
카를라 브루니와 콜라보 앨범을 준비 중인데
이 시간을 기록할 때
카를라에게도 좋은 사진작가가 있겠지만
나는 사이이다 와 함께 일 거야.
인터뷰이 / 장윤주
인터뷰어 / 정신
사진 / 사이이다
사이이다가 기록한 장윤주
사진 1. 2004
사진 2. 2014
사진 3, 4, 5. 2008
사진 6,7. 2012
사진 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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