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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도 망고 Jul 16. 2022

과연 스리랑카는 중국의 덫에 걸렸는가?

함반토타 항구 개발과 중국의 Debt-trap diplomacy

스리랑카 경제 위기는 시위대가 대통령궁을 점령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스리랑카의 고타바야 라자팍사(Gotabaya Rajapaksa) 대통령은 현재 대통령궁에서 탈출하여 피신하여 있고, 7월 13일 하야를 약속했다. 그리고 야당은 중요 정당이 모두 참여하는 임시정부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 스리랑카의 경제 위기의 원인은 해외의 여러 매체들에서 다뤘고, 국내에도 한겨레신문이 관련 기사를 냈다. 스리랑카 경제 위기의 원인을 이야기할 때 종종 따라 나오는 말이 중국의 부채함정외교(Debt-trap diplomacy)이다. 스리랑카 경제가 몰락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중국의 해당 국제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함반토타(Hambantota) 항구 개발을 대표적인 예로 든다. 


우선 함반토타 항구 개발이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스리랑카 중심도시는 콜롬보이다. 지도에서 파란 점으로 표시한 콜롬보는 스리랑카에서 가장 큰 항구가 위치해 있으며, 경제특구 역시 이곳에 있다. 지도에서 보면 콜롬보는 인도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지리적으로 인도와의 교역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지도에서 빨간 점으로 표시한 함반토타는 동남아에서 아프리카로 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몇 개의 중요 사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스리랑카 정부는 함반토타 항구 개발을 위해서 중국의 자본을 빌려서 사용했다. 

2. 함반토타 항구는 경제성이 없어서 적자를 보고 있다. 

3. 스리랑카 정부는 함반토타 항구를 중국에게 99년간 사용할 권리를 중국에 팔았다. 

이 사실만 놓고 보면, 함반토타 항구는 소위 debt-diplomacy의 덫에 걸린 것으로 보인다. 과연 그럴까? 


우선 함반토타 항구 건설을 시간 순으로 살펴본 후에 중요 쟁점을 정리해 보자. 


    함반토타 지역 항구 개발 계획을 최초 논의한 시점은 30년 이상 거슬러 간다. 바로 이 지역의 지리적인 장점 때문에 항구 개발 논의가 오래전부터 시작이 된 것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함반토타는 동남아에서 중동 및 아프리카로 넘어가는 길목이며, 이 바닷길은 수에즈 운하를 거치면 지중해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진다. 해상 비즈니스 사업가인 Ariya Wickramanayake (어떻게 발음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비를 들여서 함반토타 항구 개발 경제성 조사를 하고 당시 총리였던 마힌드라 라자팍사(Mahindra Rajapaksa, 스리랑카 경제를 수렁에 빠뜨리고 도망간 직전 대통령의 형이다. 이 사람도 나중에 대통령을 해 먹는다)에게 보고하였다. 함반토타 출신인 당시 총리 마힌드라 라자팍사는 이 계획에 동참하고 개발을 추진하나 정부의 동의를 얻지 못해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 후 2001년 통일국민당 (United National Party)이 중심이 된 정당연합이 총선에서 이기게 되고, 이때 당선된 라닐 위크레마싱게(Ranil Wickremesinghe, 이 사람이 지금 임시 대통령이다. 스리랑카는 라자팍사 형제 혹은 위크레메싱게 이들이 권력을 주고받고 있다)가 2002년에 스리랑카 개발계획을 수립했다. 그리고 이 계획에 함반토타 항구 개발이 포함되어 있다. 

    2002년 캐나다 국제개발기구(Canada International Development Agency)와 캐나다 건설회사인 SNC Lavalin이 비용을 지불하여 함반토타 항구 개발의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정유시설, 석유화학공장, 화력발전소 등을 포함한 3 단계 개발 계획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스리랑카 정부는 해당 발전계획을 거부했다. 2005년에 함반토타가 고향인 마힌드라 라자팍사가 대통령에 선출이 되고 나서 두 번째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다. 덴마크 회사인 Ramboll이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였으며, 2년 가까이 조사를 한 후 내린 결론은 SNC Lavalin의 결론과 유사했다. 단계별로 개발을 잘하면 경제성이 있다는 평가. 제1의 항구인 콜롬보항에는 컨테이너 집항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아직 처리용량이 남아돌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해서, 컨테이너 시설을 제외한 나머지 중요 시설 건설이 제1단계의 주요 목적이었다. 

    제1단계 개발은 2008년 1월에 시작해서 2010년 11월에 마치게 된다. 제1단계 개발의 자금의 85%는  중국의 EXIM bank에게 빌려서 충당했으며, 차관 조건은 고정 이자율 6.3%에 15년 상환이다. 제2단계 개발은 2012년에 시작했으며, 중국의 EXIM bank에 2%의 이자율로 돈을 빌려서 개발했다. 중국의 두 회사가 35년간 65%의 지분을 소유하며 운영하고, 이후에 스리랑카 정부에 반환하는 조건이 추가로 붙었다. 

    그리고 정권은 또 바뀌었다. 이번에는 라닐 위크레마싱게의 통일국민당이 대선과 총선 모두 승리하였다. 함반토타 항구 건설 대금의 일부를 상환이 돌아온 2016년, 아직 함반토타 항구가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라닐 위크레마싱게는 함반토타 항구 사용권을 팔기로 결정한다. China Merchant Port 그룹은 99년 동안 항구 지분 70%를 소유하고 항구를 사용하는 대가로 미화 11억 2천만 달러를 스리랑카 정부에 지급했다. 그리고 이 돈의 90% 이상은 함반토타 항구와 무관한 스리랑카의 국제 채무를 변제하고 외환보유고를 늘이는 데 사용되었다. 함반토타 항구의 사용권을 팔아넘긴 데에는 정적인 라자락사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 


이 과정이 과연 중국의 부채함정외교 과정인가? 뉴욕타임스는 2018년 6월 25일 기사에서 함반토타 항구의 사용권이 중국에 넘어간 것이 대표적인 부채함정외교의 사례로 보았다. 과연 뉴욕타임스 기사가 맞는 것인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부채함정외교를 대략적으로나마 정의해야 한다. 중국이 어리숙한 가난한 나라가 경제성이 없는 비싼 기반시설 건설에 하도록 꼬드기고, 건설 대금을 빌려준다.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면 해당 기반 시설의 소유권 혹은 장기 사용권을 중국이 받아 온다. 그리고 해당 기반시설은 중국의 경제적/군사적 침탈의 거점이 된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데보라 브로팅검 (Deborah Bräutigam) 교수는 대외적으로 중국의 debt-trap 외교의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진 함반토타 항구 개발이 사실 이에 해당하는 사례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친다. 스리랑카 정부는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를 구체화하기 전부터 함반토타 항구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특히 2002년에는 캐나다 측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고, 경제성을 결론 내렸다. 혹자는 제1단계 개발 비용의 이자율 6.3%가 높은 것이라 주장한다. 스리랑카 내전은 2009년에 끝이 났다. 내전 중인 국가에게 6.3%는 높은 이자율이 아니다. 당시 스리랑카 정부가 외국에 돈을 빌리기 위해서 발행한 국채의 이자율이 8.25%이다. 또한 중국은 리보(LIBOR) 금리와 연동한 변동이자율도 제안하였으나, 이자율이 올라갈 것이라 전망은 스리랑카 정부는 6.3% 고정 이자율을 선택했다. 제2단계 개발에 들어간 자금의 이자율은 2%이다. 이 역시 높은 수준이 아니다. 2017년 함반토타 항구 사용권 계약은 밀실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 기업들도 참여할 수 있었으나 오직 중국의 두 기업만 참여하였다. 다른 나라 기업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했다면, 사용권은 중국에게 돌아가지 않았을 수 있다. 끝으로 함반토타 항구 사용권을 대가로 받은 돈은 90% 이상 다른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서 사용했다. 즉 이 계약은 함반토타 항구의 채권을 지분과 바꾼 계약이 아니다. 이상이 데보라 브로팅검 교수의 주장이다. 


시진핑 주석은 2007년에 일대일로는 공식적으로 발표한다. 함반토타 항구 제1차 개발 시작과 비슷한 시기이다. 왜 하필 중국이 스리랑카에 우호적인 조건으로 자금을 빌려줬을까? 함반토타 항구가 다른 나라보다 중국에게 가치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 가치는 경제적인 가치뿐 아니라 정치외교적인 가치일 수 있다. 채무를 변제하지 못할 때 기반시설을 약탈하기 위함이 아니라, 중국에게 가치가 높은 지역을 해당 국가와 함께 개발하여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에 다른 나라 기업보다 중국 기업이 더 적극적인 이유는 중국 기업이 다른 나라 기업보다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계약을 따낸 China Commercial Port 그룹은 함반토타 항구를 이용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업이다. 다른 나라의 기업과 비교해서 더 큰 경제적 이익을 낼 수 있다. 함반토타 항구의 경제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크게 두 관점으로 보고 있다. 하나는 마힌드라 라자팍사가 무리하게 제2차 개발을 추진했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항구와 같은 기반 시설은 초기에는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경제성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자가 맞다면 라자락사 정부의 욕심이 빚어낸 실책이고, 후자가 맞다면 미래의 이익을 단기적인 이득과 바꾼 것이다. 어느 주장이 맞던지 함반토타 항구의 경제성 문제는 스리랑카 정부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 항구의 운영권은 중국에게 돌아갔다. 이익이 난다면 중국 기업의 지분 비율대로 이익을 가져갈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스리랑카 정부가 만들어 낼 수 없는 이익을 중국 기업이 만들어내어서 스리랑카와 나눠 가지는 그림이 향후 그려질 수도 있다. 


이상 함반토타 항구 건설 과정을 살펴보고, 함반토타 항구 건설 프로젝트가 대외적으로 알려진 바와 다르게 중국의 부채함정외교와 무관할 수 있다는 주장을 살펴봤다. 함반토타 항구 개발은 스리랑카 정부의 이해관계가 중국의 일대일로와 맞아떨어진 사건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그리고 함반토타 항구가 중국의 손에 넘어간 주요 원인은 스리랑카 정부 측의 실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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