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시차 적응은 힘들어 1

미국은 시간이 왜 그래요

by 민조이

'그러니까 미국은 지금...... 오후 4시 42분. 아니다, 5시구나. 아, 헷갈려.'

생각지 못한 복병이 나타났다.

시차.

정확하게는 한국과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LA)의 시간 차이였다.




일을 한 날에는 그날 작업한 시간을 프로젝트 웹사이트에 있는 '업무 기록표'에 입력해야 한다. 시급을 정산할 때 필요한 자료라고 했다.

'수습 기간에야 뭐 따져볼 것도 없이 무조건 두 시간이지.'


오산이었다.

업무 처리 시스템은 수습 프리랜서에게 두 시간 분량에 맞춰 업무를 할당하지만, 업무마다 요구하는 작업 시간이 다르다 보니 두 시간을 칼같이 맞추기란 쉽지 않다. 일을 하다 보면 두 시간을 넘기기도 하고, 못 채우기도 한다.

업무량 자체가 적은 날도 있다. 미국의 일요일, 공휴일, 연말과 연시, 연휴에는 일이 줄거나 아예 없을 수도 있단다.

'이때는 작업 시간 제한이 의미가 없네.'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거야, 안 좋아해야 하는 거야.


번거롭더라도 작업한 시간을 매일같이 확인해야 한다.

어려울 건 없다. 일을 시작한 시각과 끝낸 시각을 적어두었다가, 작업 종료 시각에서 작업 시작 시각을 빼기만 하면 되니까.

스톱워치를 사용하면 더 편하려나.


단,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게 있다. 업무 날짜와 작업 시간은 한국 시각이 아닌 '미국 시각'에 맞춰 기록해야 한다.

이게 문제였다.


프로젝트 관리자는 업무 날짜와 시간을 'PST (Pacific Standard Time, 태평양 표준시)'를 기준으로 따져야 한다고 했다.

아마도 A사가 있는 LA가 태평양 표준시를 사용하기 때문일 거다.

참고로, 미국에는 여섯 개의 표준 시간대가 있다. 땅이 워낙 넓은 데다 알래스카나 하와이처럼 본토와 떨어져 있는 주(州, State)도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미국 내에서도 시차가 존재한다.


한국과 LA의 시차는 17시간.
대한민국 표준시(Korea Standard Time, KST)에서 17시간을 빼면 PST가 된다.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해가 일찍 뜨는 여름에는 PST가 PDT (Pacific Daylight Time, 태평양 일광 절약 시간)'으로 이름을 바꾼다. 일명 '서머 타임(Summer Time)'이다.

이 기간에는 시계를 한 시간 앞당기기 때문에, 한국과의 시차가 한 시간 줄어든다. 17시간이 아닌 16시간을 빼야 한다.

시차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복잡한데 시차가 늘었다, 줄었다 한다니.

벌써 골치가 아프다.


'올해 서머 타임은 언제부터지?'

PDT가 적용되는 날짜는 해마다 달라진다고 했다.

구글에서 "2019년 PST 서머 타임 시작일, 종료일"을 검색했다.

"시작일 '3월 10일 오전 2시'", "종료일 '11월 3일 오전 2시'".


'3월부터가 서머 타임이라고? 심지어 11월은 초겨울인데. 동지가 코앞이잖아.'

'11월'과 '여름'의 조합에 어리둥절했다.

게다가 1년 중 약 8개월이 서머 타임이다. 그럴 거면 차라리 PDT를 표준시로 하고, 'PNT (Pacific Night Time)'를 두는 게 낫지 않나. '윈터 타임(Winter Time)'으로 부르면서 말이다.


'미국은 영토가 커서 11월에도 해가 긴 곳이 있나?'

'미국 사람들이 대체로 겨울보다 여름을 좋아해서 그런 건가?'

'시간을 구분하고 활용하는 방식에서도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차이가 있는 걸까?'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궁금증이 튀어 올랐지만, 답은 나중에.

시차부터 어서 정리해야 한다.

프로젝트 진행 중간에 시간대가 바뀌기 때문이다.


'지금이 1월이니까 PST에 맞추면 돼. 그러다가 3월 10일부터는 PDT. 한국 시각으로는 3월 10일...... 오후 6시.'

아, 혼란의 3월이 예상된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휴대폰의 '캘린더' 앱을 열었다. '2019년 3월 10일 오후 6시'에 "서머 타임 시작" 알림을 설정했다. '1일 전'과 '일정 시작 시각'. 알림이 두 번 울릴 것이다.

이걸로 충분하려나.

책상 서랍을 열었다. 제일 크기가 큰 점착식 메모지 한 권과 검은색 매직펜을 꺼냈다. 메모지 위에 휴대폰 알림과 같은 내용을 큼지막하게 썼다. 메모한 내용을 떼어내 책상 앞 벽면에 붙였다.

그제야 안심이 됐다.


여기서 끝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시차에는 '시간 차이'만 있는 게 아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