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시차 적응은 힘들어 2

두 개의 시계가 필요한 이유

by 민조이

또 하나의 난관이 등장했다.

날짜변경선.

경도 180도를 따라 태평양 한가운데를 동서로 나누는 가상의 경계선으로, 이 선을 통과할 때 날짜가 하루 바뀐다. 동쪽(아메리카)에서 서쪽(아시아)으로 넘어가면 날짜를 하루 더하고, 서쪽에서 동쪽으로 갈 때는 반대로 하루를 빼야 한다.


어쩌다 태평양이, 하필이면 날짜변경선이 한국과 미국 사이에 있다.

17시간의 시차를 계산하다 보면 날짜가 이랬다가 저랬다가 한다. 한국은 오늘인데, LA는 오늘이거나, 아직 어제이거나, 어제와 오늘에 걸쳐있다.

비행기를 탄 것도 아닌데 왜 멀미가 나지.


같은 두 시간을 일해도, 언제 작업 했느냐에 따라 날짜 기록이 달라진다.

LA의 날짜 변경 시각, 즉 PST (태평양 표준시) 기준으로 자정(12:00 A.M.)은 한국의 오후 5시다. 오후 5시 이전에 작업이 끝나면 어제 날짜에, 오후 5시 이후에 작업을 시작하면 오늘 날짜에 업무 시간을 입력해야 한다.


만약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일을 했다면? 오후 4시부터 5시까지는 어제 날짜가, 오후 5시부터 6시까지는 오늘 날짜가 된다.

총 작업 시간은 두 시간이지만, 업무 기록표에는 어제 날짜로 1시간, 오늘 날짜로 1시간을 입력해야 한다.

시간만 따져도 이렇게 복잡한데 '분(minute)' 단위까지 계산해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수포자*를 살려주세요.




'그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고 했어. 내가 먼저 나를 구원해야 해.'

어떻게 해야 업무 기록이 조금이라도 더 편할까.

잔머리를 굴렸다.


날짜 변경 시각을 피해야 한다.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에 일을 시작하면, 업무 날짜가 두 개로 쪼개질 확률이 높다. 이 시간만 피해도 날짜 계산이 수월해진다.


'되도록 오전에 일해야겠어.'

아침에 출근해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일을 끝내면, 업무 날짜는 고민할 것도 없이 어제 날짜가 된다. 작업 시간 측정도 한 번만 하면 되니 간편하다.

업무가 일찍 마무리되면, 나머지 시간은 여유로워지겠지. 개인 시간을 활용하기도 좋다.

일이 적은 수습 기간에는 이 방법이 최선이 아닐까.

'수습 프리랜서인 게 아주 조금은 도움이 되네.'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다.

업무가 띄엄띄엄 나뉘어 들어오거나, 오후와 저녁 시간에 몰리면 이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수습 기간 이후에 업무량이 늘어나도 마찬가지다.

묘책이 아닌 실질적인 대응책도 필요하다.


'LA 시각과 시차에도 익숙해져야 할텐데.'

한 웹사이트가 머릿속에 번뜩 떠올랐다. 한국과 LA의 시차를 검색했을 때 보았던 '시간대 변환기(time zone converter)' 사이트였다.

유레카! 수포자의 구세주가 나타났다.

'나처럼 시차에 골머리를 앓는 사람이 많은 거야. 부끄러울 일이 아니라고.'


구글에서 '시차 계산기'로 검색했다. 수십 개의 웹사이트가 쏟아져 나왔다. 여러 사이트를 둘러보며 설정이 편하고, 한눈에 알아 보기 쉬우며, 광고가 적은 한 곳**을 골라 '즐겨찾기'로 저장했다.

큰 짐을 하나 더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시계가 하나 더 있으면 편하려나.'

탁상시계 겸 스톱워치를 구매했다. 시차 적응에 가속도가 붙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기본 설정은 시계다. 평상시에는 PST를 보는 용도로 사용하다가, 일을 할 때는 스톱워치로 쓸 예정이다.

휴대폰 홈 화면에도 이중(dual) 시계 위젯을 설치했다. 하나는 서울의 시각을, 하나는 LA 시각을 보여 준다.


누군가가 "그게 도움이 돼?"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

"나도 몰라. 뭐라도 해보는 거야. 효과가 있으면 좋은 거고, 효과가 없다고 해도 작업할 때 조금은 편할 테니까. 그거면 돼."


돈을 벌기에는 짧은 6개월이지만, 하루하루 일하며 쌓아가는 6개월은 짧지 않다.

'LA 시계'는 아쉽고도 고단할 여섯 달 동안, 부디 시차로 인해 고생하는 일이 없기를 기원하는 '부적' 같은 거였다.




시차 계산에 적응하는 첫 며칠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시차 때문에 크게 고생하거나 난감했던 적은 없다. 부적이 꽤 효과가 좋은가 보다.


아, 부적을 하나 더 쓸걸.

"월급 편하게, 많이 받게 해주세요."라고 소원하는.

그랬다면 첫 월급을 받을 때 그 고생을 안 했을지도 모르겠다.




* 수학을 포기한 사람

** https://www.worldtimebudd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