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프리랜서한테 수습 기간이 어딨어

by 민조이

'이건 사기야. 계약서에 없던 내용이라고!'

분명 본 적이 없다. 계약서에서는 물론 채용 담당자, 프로젝트 관리자의 메일에서도.


"프로젝트 계약이 개시된 날로부터 첫 3개월은 수습 기간이 적용됩니다. 이 기간에는 하루 최대 두 시간까지 작업이 가능합니다.

단, 시급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6개월 일하는데 수습 기간이 3개월? 이게 말이 돼? 게다가 프리랜서한테 수습이 웬 말이야!'

기가 찼다. 이런 내용은 미리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 두 시간짜리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으면, 시험은커녕 아예 시작도 안 했을 거다. 낚였다. 억울하다.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업무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함이라는.

신입 프리랜서들의 작업 결과물이 회사가 기대하는 수준에 못 미치는 경우가 종종 있단다. 작업이 아직 익숙지 않은 데다, 테스트에서 다루지 않았던 업무도 많기 때문일 거라고, 회사도 이해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잘못 처리되는 업무의 비율을 줄이기 위해 작업량을 조절하기로 했다는 게 관리자의 설명이었다.


'그래, 그럴 수 있어. 기업이 업무 성과를 따지는 건 당연해. 그래도 3개월이나 작업 시간을 제한하는 건 너무 하잖아. 아무리 아르바이트라지만 일하는 시간이 너무 적다고.'


관리자가 강조했다.

"수습 기간에는 업무량보다 작업 품질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뜨끔했다.

내 마음을 읽었나.


그러면서 모든 작업물은 95% 이상의 정확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작업 내용은 회사의 모니터링 프로그램과 업무 평가 담당자에 의해 수시로 검토될 거라고 했다. 한마디로 '일을 제대로 하나, 못하나' 지켜보겠다는 말이다.


업무 시간을 줄인 것도 모자라서 관찰까지 한다니.

나, 수습 프리랜서 맞네.




'하루에 두 시간씩 일하면, 한 달에 얼마나 벌 수 있는 거지?'

시간당 임금을 떠올리며 일당을 대략 계산했다. 거기에 곱하기 30.

'애걔. 고작 이거야? 매일 꼬박꼬박 일해도? 이러면 곤란한데. '


계획이 또 틀어졌다.

업무 기간이 짧더라도 '바짝' 벌고 떠나면 된다고 여겼었다.

바짝은 무슨. 속이 바짝바짝 탄다.

종 업계로 이직도 못하고, 돈도 얼마 못 번다.

미국 회사에서 '잠깐 일했다'라는 경력 아닌 경력만 남게 생겼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하.......'




그래도 일은 계속한다.

마지막 동아줄인 이력서용 스펙 한 줄을 위해.

메마른 통장 잔액에 생활비라도 뿌리기 위해.


심지어 최선을 다한다.

지금껏 해온 노력이 헛되지 않아야 하기에.

스펙보다 값진 경험이 쌓일 거라는 기대에.


'두고 봐. 계약기간이 끝나면, 나는 더 좋은 곳으로 갈 테니까.'


'생각의 씨앗'을 다시 심었다.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기를.

이 씨앗은 과연 어디에서 싹을 틔울까.


6개월 후, 나는 어디에서 일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