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첫 출근이 원래 이런 건가요

by 민조이

이른 아침.

눈이 번쩍 뜨였다. 정신은 또렷했지만, 몸은 아직 잠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다.

몸이 깨기를 기다리며 책상 위에 놓인 노트북을 바라본다.

오늘 내가 가야 할 곳, A사가 저 안에 있다.

드디어 첫 출근이다.


침대에서 책상까지의 거리는 단 몇 걸음. 5초면 충분하다.

그런데 나는 왜 3분 후에나 노트북 앞에 앉게 됐을까.


'지금 일어날까. 아니야. 너무 일찍 깼어. 새벽에도 한 번 깼는데. 일 시작한다고 긴장했나. 오전에는 그냥 쉴까 봐....... 아니지! 지금 여유 부릴 때가 아니야. '6개월' 타이머가 이미 돌아가고 있잖아.'


몸을 일으켜 이불 속을 빠져나오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직장이 코앞이고, 업무 시간도 자유로우니 꾀가 난다.

마음만 먹으면 바로 출근할 수 있지만, 그 마음을 먹는 게 제일 어렵다.

이래서 집 가까운 사람이 제일 늦는 건가.

아무래도 '나만의 출근 시간'을 정해야겠다.


노트북을 켜고 부팅될 때까지 기다린다.

신난다. '이제 나도 돈을 번다.'라는 생각 때문인지, 출근 시간대의 '지옥철'을 타지 않아도 돼서인지, '집인데 뭐 어때.'하며 파자마 차림 그대로 일할 수 있어서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기분이 좋다.

'와, 출근길이 이렇게 즐거울 수도 있는 거야?'




업무용 웹사이트에 접속했다.

2차, 3차 테스트를 봤던 곳에 다시 왔다. 그때는 시험장이었고, 지금은 일터가 되었다. 기분이 묘했다.

시험을 볼 때는 임시로 발급된 비밀번호로 로그인해야 했지만, 오늘부터는 당당하게 내 계정으로 출근 도장을 찍는다.

로그인 창에 프로젝트 홈페이지와 동일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메인 화면이 나왔다.


오로지 업무만을 위한 곳이라 그런가. 웹사이트의 구성은 단순했다.

화면 왼쪽 위에는 프로젝트 이름이, 오른쪽 위에는 내 아이디와 작은 톱니바퀴 모양의 아이콘이 있다. 계정관리를 위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내용은 프로젝트명 아래에 있다. 가로로 긴 직사각형의 '작업 시작' 버튼. 이걸 누르는 순간, 나는 미국에 있는 A사로 순간 이동한다.

이제 미국으로 출근해 볼까.


눈에 익숙한 화면이 나왔다.

2차 시험을 봤을 때와 같은 유형의 작업이 주어졌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검색 결과 A와 B가 있다. 각각의 내용을 분석한 후, 어떤 검색 결과가 더 효율적인지 또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를 평가한다.

평가 기준은 업무 지침서에 따른다.

평가 내용의 근거는 타당하고 명확해야 하며, '의견(comment)'칸에 영어로 간결하게 서술되어야 한다.


'해봤던 거라 다행이야.'

첫 업무의 부담을 조금 덜었다.

노트북에 저장해 둔 프로젝트 지침서 파일을 열었다. 업무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지침서의 내용을 확인해가며 일할 계획이다.

대가를 받는 일이 된 만큼, 이제는 작업물에 책임을 져야 한다.


작업하고, 제출하고, 다시 업무를 받아 작업하고, 제출하기를 몇 번.

어느 순간 새 업무가 아닌 웹사이트의 메인 화면이 나왔다.

'작업 시작' 버튼이 있던 자리에 다른 문구가 나타났다.

"더 이상 처리할 작업이 없습니다."


벌써 일이 끝났다고?

시계를 봤다. 일을 시작하고 두 시간 정도가 지났다.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가네. 업무량은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두 배는 더 일할 수 있겠다.'


하지만 몸은 다른 말을 했다. 피로감이 몰려왔다. 작업을 처리하는 동안 긴장했었나 보다.

'그래. 오늘은 첫날이니까. 이 정도가 딱 좋아. 내일은 일이 더 많으면 좋겠다. 돈 많이 벌게.'


미국으로의 첫 출근 소감.

무거운 몸의 가벼운 발걸음.

긴장과 설렘의 줄다리기.

피로와 뿌듯함의 콜라보레이션.




그날 밤, 프로젝트 관리자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이번엔 또 뭐야. 가입해야 할 곳이 또 있나.'

아니었다. 업무 진행상황을 확인하는 내용이었다.

업무는 개시했는지, 업무 시작을 앞두고 어려움이 있는지,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궁금한 게 있었는지 등을 물었다.

덧붙여 몇 가지 공지 사항을 전달했다.


'뭐? 하루 두 시간? 이런 말은 없었잖아!'


하나의 사안이 나를 분노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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