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바로 사랑
11시, 너와의 대화는 늘 밤의 끝자락에서 시작됐고,
나는 그 시작을 놓치기 싫어 하루를 온몸으로 끌어안은 채 버텼다.
한 마디라도 더, 하나의 숨결이라도 더 네게 닿고 싶어 그 밤을 부단히도 버텼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을 붙잡을 수 없다면, 적어도 너만은 붙들고 싶었다.
아침의 햇살을 사랑하던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새벽의 그림자로 바꿨다.
기다려도 너가 오지않는 밤, 아니 이제 내 곁엔 너가 없는 밤.
너와 나눈 말들과 스쳐간 장면들이 허공을 떠돌며 밤새 나를 감쌌다.
시간은 손끝에서 부서지는 모래 같아 멈출 수도, 움켜쥘 수도 없었고,
그 흐름을 늦추려 안간힘을 써도 결국 모든 순간이 너를 향해 흘러갔다.
빠르게 지나도, 느리게 흘러도 깨어 있는 나의 세계는 오직 너 하나로 가득 차 있었다.
때로 밤이 지독하게 고요할 때는 마음 한가운데에 꽂히는 바늘은 더욱 날카롭기도 했다.
아프다는 말조차 사치처럼 느껴져, 나는 무너지는 마음을 꼭 안고 그저 숨만 쉬며 버텼다.
그렇게 너를 생각하다, 겨우 한두 시간 눈을 붙이면 어김없이 너는 내 꿈 속에 찾아왔다.
아마도 너를 품은 채 잠들었기에 꿈조차 너를 닮아 있었던 거겠지.
답이 없는 너에게 매번 내가 너에게 건넸던 하루 끝자락 인사.
나는 진심으로 바랐다.
하루하루를 뜨겁게 살아낸 네가, 잠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고요하게 들기를.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들고, 뒤척임 없이, 꿈도 없이, 깊은 잠을 자기를.
잘 자라는 말은 말로 다 하지 못한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이제는 너와 함께 잠들고 싶지 않았던 그 마음마저 품에 꼭 안아 지키고 싶었지만,
그 마음은 자꾸만 속절없이 흘러내렸다.
오늘 밤도 나는 잠들지 못한 채 조용히 이 밤을 밝혀두겠다.
어둠의 가장자리에 나를 두고, 그저 너만은 아무 일 없이 평온히 잠들길 바란다.
너가 즐겨먹는 아사히 맥주 한 모금 없이도, 아무 근심 없이,
정말, 잘 자고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