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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먹고합시다 Jul 09. 2018

치즈의 발견, 그 과정의 미학

치즈 하나를 베어물고 나의 쓰임을 생각해본다.

어떤 치즈는 녹아내릴 듯이 부드럽고 어떤 치즈는 왁스처럼 단단하다. 쫄깃쫄깃 늘어나는 치즈가 있는가 하면 쭉쭉 잘 찢어지는 치즈도 있다. 짜기만 한 치즈도 있고, 단맛이 응축된 치즈도 있으며, 마치 시체가 썩는 듯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치즈도 있다. 그 와중에도 어떤 치즈는 값이 싸고, 또 어떤 치즈는 한달 월급을 다 털어야 할 정도로 비싸다. 왜 그럴까? 그것은 바로 치즈에 담긴 ‘과정’ 때문이다. 


치즈는 우리나라의 청국장만큼이나 그 역사가 깊다. 치즈의 유래는 유목민이 그 원류라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과거 유목민들이 양의 위로 만든 물통을 들고 다녔는데 여기에는 물 뿐만 아니라 양젖, 소젖 등을 넣어 다녔다. 그 안에서 효소의 작용으로 우유가 반응하여 치즈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류 최초의 치즈는 소젖이 아닌 양젖으로 만들어진 치즈였을 것이다. 


어느 유목민 소년은 신기했을 것이다. 양젖을 물통에 넣고 몇 시간 혹은 며칠을 걷다보니 그의 물통에는 양젖은 온데간데 없고 괴이한 고체덩이가 덩그러니 붙어있다. 그것을 조금 떼내어 맛을 보니 우유의 응축된 고소한 맛과 발효된 짜릿한 맛이 함께 올라온다. 그 소년은 알았을까? 그의 발견이 인류음식문명의 한 획을 그은 위대한 발견이 될 줄은.


치즈는 산이나 ‘렌넷’ 이라는 효소의 반응을 통해 동물젖의 단백질과 지방을 응고시킨 식품이다. 우유로 만든다는 것이 가장 큰 핵심인데 우유의 수분은 유청, 물, 유당이 주성분을 이룬다. 치즈를 만들기 위해서는 젖의 단백질과 지방을 유청으로부터 단단하게 응고시켜야 한다. 


유산균에 의한 유당의 젖산 발효는 우유의 단백질과 지방을 응고시키기 위한 첫 단계이다. 젖산으로 인해 pH수치가 낮아지고, 단백질의 지방이 응고하며 치즈 특유의 향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첨가되는 균종에 따라 발효가 즉시 진행 되기도 하고 수분, 염도, 산도에 따라 서서히 진행 되기도 한다. 


오랜 시간을 발효하여 만들어진 치즈는 푸석푸석한 질감을 주로 보이고, 단기발효로 만들어진 치즈느 매끈하고 유연한 질감을 갖는다. 



우유는 응고가 되면서 단백질 사슬이 촘촘한 그물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면서 지방과 수분을 끌어 안게 되는데 바로 이 그물이 ‘커드’라는 물질이다. 우유가 커드로 응고되면 잘라줘야 한다. 잘게 자를 수록 수분이 더 많이 방출되고 파마산 치즈처럼 오랜 숙성기간을 필요로하는 치즈는 커드를 최대한 잘게 잘라준다. 반면 브리처럼 크리미한 식감의 치즈를 만들 때는 커드를 자르지 않고 덩어리째 걸러낸다. 


치즈 종류에 따라 커드를 가열하여 익히기도 한다. 가열할수록 수분이 추가적으로 방출되는데 단단한 질감의 치즈를 만들때 거치는 과정 중 하나다. 커드를 가열하게 되면 최종적인 맛에도 영향을 미치며 익힌 커드로 만든 치즈는 끓인 우유 특유의 달콤한 맛을 내기도 하고 구수한 풍미를 갖기도 한다. 


응고된 우유는 틀에 넣어 모양을 잡는다. 종류에 따라 가볍게 눌러주기도 하고, 기계를 이용해 세게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압력의 강도에 따라 최종 수분함량과 질감이 결정된다. 눌러주는 동안 커드는 실온에 노출되는데 이때 치즈의 산도가 높아지기도 한다. 와인에 알콜향이 많이 나는 경우 ‘dry’ 하다고 표현하듯 산도 높은 치즈는 ‘sharp’ 하다고 표현한다. 


이렇게 틀에 넣어 모양을 갖춘 치즈에 그 다음 과정으로 소금을 뿌리게 된다. 일반 소금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소금물에 치즈를 적시기도 한다. 소금은 치즈를 만드는데 아주 중요한 재료다. 마치 두부를 만들기 위해 간수를 넣듯 단백질 응고의 최종단계에는 나트륨 성분이 꼭 있어야 한다. 


이는 불필요한 박테리아나 곰팡이 번식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수분함량과 산도까지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소금 하나가 치즈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금에 몸을 담근 치즈는 이제 숙성에 들어간다. 숙성과정은 치즈 종류에 따라 생략 되기도 한다. 숙성치즈의 경우 짧게는 24시간, 길게는 수년간 숙성되며 이렇게 장기간 숙성을 하는 치즈는 와인처럼 동굴이나 지하저장고 등의 자연상태의 노천 환경에서 숙성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수시로 위생상태를 점검해주고 뒤집어주고 닦아주고 씻어줘야하는 끔찍한 번거로움이 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이 숙성과정을 전담하는 숙성전문가도 있을 정도로 숙성은 치즈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렇게 오랜 기간 숙성을 마친 치즈는 우리의 테이블 위에 올라오게 된다. 우유의 여행의 종착지랄까. 

서양음식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치즈다. 그리고 그 치즈를 가장 풍요롭게 해주는 음료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와인일 것이다. 치즈와 와인, 말만 들어도 환상적인 궁합이지만 이 두 아이템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 ‘과정의 미학’이 담긴 음식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치즈와 와인은 이 탄생과정에 따라 그 맛과 풍미, 그리고 가격까지 결정되는 독특한 음식이다. 치즈와 와인의 세계에서는 인간 사회가 등한시 하는 과정이 곧 결과이고 그 과정과 결과에 따라 가치가 매겨지는 독특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과정을 버티지 못하면 폐기처분 되기 일쑤이며 편법적으로 원하는 결과에만 도달한다고 해서 똑같은 가치가 매겨지지 않는다. 


그리고 또한 그렇게 완성된 치즈와 와인은 가격에 따라 가치가 매겨지지만 그 아이템 하나하나는 각자의 쓰임이 있다.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며 요리에 따라, 레시피에 따라 그 쓰임이 정해져 있다. 치즈 하나를 베어물고 나의 쓰임을 생각해본다. 




글쓴이 : 김성현 (먹고합시다 필진 / 요리사 집안에서 혼자 글쓰는 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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