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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조이 Feb 17. 2021

[KBS스페셜] 사표 쓰지 않는 여자들

앞서 걸어간 당신들이 있어서 걸어 간다.

2019년 9월 26일 방영된 KBS스페셜 '사표 쓰지 않는 여자들'에 대한 리뷰.

한 줄 요약하자면, 이 다큐멘터리는 한국의 과거와 현재의 여성 고용 관련 지표, 그리고 외국의 성별 다양성 정책 사례와 연구 등을 통해 한국의 현 여성 인력의 현실을 조명하고 미래를 그려본다.


사심을 담아 한 줄 영업하자면, 애정하는 한예리 배우가 나래이션을 맡았다!


https://youtu.be/w72e-BV6oFo


■ 한국 최초의 첫 여성 공채사원이자 첫 여성 공장장


이 다큐는 93년 대기업 공채 신입사원 연수교육 사진 한 장에서 출발한다. 사진 속 300명 정도 된다는 사원들 중 여성은 몇 명일까?28년 전임을 감안하더라도 그 중 여성을 찾기란 거의 '윌리를 찾아라' 급의 난이도.(더 높으려나?) 단 4명 뿐이었다. 성비의 격차가....처참하다.


사진 속 여성들은 현재 어떤 커리어를 걷고 있을까? 라는 의문으로 다큐는 한국 최초의 첫 여성 공채사원이자 첫 여성 공장장인 '진달래' 공장장님을 찾아간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대부분 경리, 생산직이었던 여성 직원들과 달리 공채 출신으로 주임 직급을 달았지만 "미스 진, 진 양"으로 불려서 이름 석 자, 아니면 직급으로 불러달라고 요구하는 게 당돌하게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여성 동기들이 하나 둘 조직을 떠나고 홀로 남았다. 여자 뽑아봤자 관두더라 못 버텨 라는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버티고, 살아남기 위해 본의 아니게 전사처럼 살아야 했다."


■ 500대 기업 여성 임원 3.6%, 그들을 만나다

허금주 전무

"입사했을 때 소원이 대리가 되는 거였다. 전무가 될 거란 기대가 없었다."


황진선 전 대표

"여성 영업사원이 나를 포함해 단 두 명이었다. 남녀 구분 없이 평가 받는 건 영업이라고 생각해 영업사원에 지원했다.”


김희진 전 본부장

"성별이 아닌 나로서 인정받고 싶었다. 그런데 성과를 내니까 "실력 말고 다른 특기가 있는 게 아닐까?"라는 뒷이야기를 들었다."


3.6%라는 바늘구멍을 비집고 들어간 그들에게도 일을 포기하려고 했던 순간이 있었다. 바로 출산과 육아라는 현실이 찾아오던 순간. 이 순간은 왜 여성들에게만 찾아 오는 것일까?  


여성들의 경제 활동이 당연시되는 시대임에도 왜 대다수의 일하는 여성들은 아직도 임신, 출산, 육아의순간에 이탈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 같은 임신, 다른 반응


"남자 직원의 임신 소식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고, 여성 직원의 임신 소식은 사람들을 당황시키고.."

“애 둘 낳고 일하는 엄마가 없네? 40대 여자들이 거의 없네?”

“육아휴직 1년 3개월의 공백을 이 조직이 감당할 수 있을까? 그만둬야 하는거 아닐까?”


■ 출산, 육아를 하지 않아도..여자는 유통기한이 있는 느낌?

"제 기준으로 아래는 대부분 여자, 위로는 95%가 남자. 여성들이 많은 디자인 업계지만 35살 기점으로 올라갈수록 여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어요."


"난 아직 생각이 없는데 다들 준비하고 있어요. 어차피 결혼할 거잖아. 애 안 낳을 거 아니잖아. 생각 없는 거 아니잖아. 남자처럼 60까지 일할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불안해요. 선배나 롤모델이 없으니까 당연히 길도 없어 보이고."


■ 사표 쓴 게 아니라 사표 당한 것이다(울프소셜클럽 '김진아' 대표)


"10년 차, 서른 중후반에 사표를 썼다. 실력이 있으면 성별을 떠나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퍼포먼스가 떨어지는 남자 동료가 먼저 승진했다. 나이가 많고, 가정이 있고, 애도 있으니 먼저 승진시키자고 가볍게 얘기하더라."


"내가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선택당한 거구나. 내가 선택한 게 아니라 선택을 그렇게 하게끔 만들어진 거구나, 상황이. 실력 있으면 다 올라갈 수 있다면서. 그럼 나한테 일어났던 일은 뭐야."


■ 이탈한 여성들이 만들어 가는 미래


일하는 여성들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 본 이후, 다큐는 이제 조직 내에서 미래를 찾지 못해 이탈한, 미래에서 이탈당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의 힘으로 미래를 만들기를 선택한 여성들이 모이는 곳 '일하는 여성들의 커뮤니티'로 향한다. 이 곳에서 여성들은 롤모델을 찾고, 고민을 나누고, 정보와 기회를 공유한다. 연결된 그들은 자신과 서로에게 힘과 용기가 된다.


노동시장의 성평등을 통해 경제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길로 나아가고 있는 외국 기업의 사례와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도 한다.

(어이. 자본주의의 노예 여러분. 앞에 놓인 부를 이렇게 계속 놓칠거야?)


■ 앞서 걸어간 당신들이 있어서 걸어 간다.


끝으로,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여성들, 이제 첫 커리어를 시작하려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Fin.

"일로서 성공해보고 싶다"

"영업으로 입사를 했는데 커리어를 잘 쌓아서 영업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영원 임원까지 가겠습니다. 영업 본부장까지 갈게요"


나를 포함한 일하는 여성들 모두 일하고 싶은 만큼 일할 수 있는 사회, 사표 쓰지 않는 사회가 얼른 왔으면 좋겠다.


* 이 글의 사진과 인용 글은 모두 KBS스페셜 <사표 쓰지 않는 여자들>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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