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발자국

[1] 잠시 들인 줄 알았다.

by 감정 한 컵

남편은

늘 반려견을 키우고 싶어 했다.


하지만 삶은
언제나 꿈보다 앞서
차가운 현실을 먼저 들이밀었다.


시간도, 여유도,
그리고 가장 현실적인 문제인
경제적인 조건조차 우리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그저 매일을
성실히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나날들.


어느새 나는
흔히들 말하는
“나이만 먹은 무기력한 40대”라는
틀 안에 조용히 갇혀 있었다.


무언가를 자주 놓치며 살아왔고,
나는 특별히 남들처럼 똑똑하지도,
기민하지도 않았다.


그저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하루를 채우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누군가는
우리 부부를 향해 바보 같다고,
멍청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모든 말과 상처 속에서도
우리는 무너지지 않고
하루하루를 버텼다.


나는 아이를 무척 좋아했다.
친구들이 외출할 때면
기꺼이 아이를 돌보곤 했다.


아이들의 맑디맑은 눈동자와
해사한 미소는
그 자체만으로
내 마음을 정화해주곤 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형편에서,
책임져야 할 생명을 품는 일은
감정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일이었다.


그렇게
매일 반복되는 숨 막히는 일상 속에서
나와 남편은
‘성실함’이라는 낡은 무기로
조용히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조심스레
작은 종이 상자를 들고
집에 들어섰다.


“며칠만 맡아줄 수 있을까?”


그 안에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작은 강아지가
꼬질꼬질한 담요 위에
조용히 웅크리고 있었다.

하필 그날은,

엄마와 할머니가 크게 다투신 날이었다.


평생을 앙숙처럼 살아온 두 사람의

고성과 긴장 속에서
아빠는 작게 말을 보탰다.


“엄마랑 할머니가 좀 괜찮아지면 데려갈게.”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쯤이야, 괜찮겠지.
그래, 며칠만.


“그렇게 우리는,

정말 며칠만이겠거니 하고

작은 생명을 집에 들였다.”


정말 며칠이면
보내게 될 거라 생각했기에,
그저 조심스레,
품 안에 잠시 들여놓은 것뿐이었다.


하지만 몰랐다.


그 순간이,
내 인생의
아주 조용한 기적의 시작이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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