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아줌마가 되고 싶지 않다.

기억은, 달콤함보다 오래 남는다.

by 감정 한 컵


빌라 사이를 따라 산책길을 걷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몇 번의 인사가 오가고 나면

어느새 놀이터에 도착해 있다.


놀이터에 닿기도 전에

멀리서 아이들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름이다~~!"


예은이, 예솔이, 민재, 지안이...

매일 같은 시간, 같은자리에서 마주치는 아이들.

이름을 일부러 외운 적은 없지만,

어느새 익숙해져 버렸다.


살다 보면 그런 것들이 있다.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가만히 마음에 자리 잡는 존재들.


아이들은 온 놀이터를 무대로 뛰어다닌다.

서로를 향해서, 바람을 향해서.

어떤 날은 구름까지 닿을 것처럼.


그중 예솔이 얼굴이 사과처럼 새빨갛다.

잔머리에 땀이 촘촘히 맺히고,

햇살에 달라붙는다.


괜히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말을 건넸다.


"예솔아, 이리 와봐. 이모가 아이스크림 사줄게"

"네 감사합니다."

쭐래쭐래 따라오며,

쫑알쫑알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건넨다.


가게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고른다.

하나씩 손에 쥐어주면,

사르르 녹아드는 아이스크림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먼저 퍼진다.


그 웃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내 안의 어지럽던 마음도

조금은 잠잠해지는 기분이다.


언젠가부터 아이들은 나만 보면 말한다.

"아 왜 이렇게 덥지?"

"아 왜 이렇게 목이 마르지?"

그 말의 진짜 의미를 나는 안다.


남편에게 툴툴 대며 말한다.

"애들이 나만 보면 아이스크림 사달래."


남편은 피식 웃으며 말한다.

"이제 사주지 마."


그래, 달콤함은 자주 누리면

어느 순간부터 당연해지고

진심은 그 속에서 무뎌질 수도 있다.


다음날,

예솔이가 내 옆에 앉아

다시 비슷한 말을 꺼낸다.

"아, 오늘따라 더 더운 거 같아요."

"아, 왜 이렇게 목이 마르지?"


나는 조심스럽게 말한다.

예솔아, 이모가 매번 아이스크림을 사줄 순 없어."


예솔이는 조금 서운해 보인다.

마음이 쓰이지만

시간이 알려줄 거라 생각한다.

마음이 전해지는 데는

가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으니까.


아이들은 다시 놀이터를 뛰어다닌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는다.


그 웃음 속에는

조금 서툰 어른의 진심이 담겨있다.


이제는 아이스크림 대신,

조금 더 단단하고 오래가는 무언가를

건네고 싶어졌다.


언젠가 아이들이 나를 기억할 때

그저 아이스크림 사주던 아줌마가 아니라

그 골목의 어느 계절을 함께한

따뜻한 '이모'로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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