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되나 싶다.

마음으로 보내는 편지의 제목은 이래도 되나 싶다였다.

by 감정 한 컵


어떤 날은,

문장을 끝까지 읽지 못했다.


눈으로 따라가고,

마음으로 다시 더듬고,

그러고도 끝내

입 밖으로 소리 내어 읽어야

비로소 나에게 닿을 수 있었다.


라이킷 하나 누르지 못한 채

조용히 떠나온 페이지들.

읽기만 했던 글들.

아무 말도 남기지 못한 방문들.


그런 나의 머뭇거림들이

문득 떠올랐다.


그리고, 그런 나처럼

내 브런치에 들러준 분들이 생각났다.


일할 때도,

청소를 하다가도,

심지어 밥을 먹다가도

그 마음이 불쑥 찾아왔다.


말없이 여러 번 다년간 사람들,

라이킷 하나 남겨준 사람들,

가끔 들러주는 사람들,

어느 날 문득 다시 찾아온 사람들.


글을 쓰면,

어딘가에서 조용히 읽고 가는 이들이 있다.


그 모두가

나에게 작은 기쁨,

작은 설렘이었다.


내 글을 읽어준다는 것도 고마웠지만,

나는,

굳이 다시 찾아와 주었다는 마음이

더욱더 감사했다.


왜냐하면...

브런치에는 멋진 글들이 넘쳐나니까.

(물론, 글을 안 읽고

라이킷만 누르는 분도 있었겠지.

그건 나만의 상상 속 이야기니까, 괜찮겠죠?)


그래서 고맙다는 말을,

글로 전하고 싶었다.


시간을 쪼개서

누군가의 글을 읽고,

마음을 담아

내 마음을 전한다는 것.


특히 그 마음을

글로 남긴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란 걸

이 작은 방에서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그 마음들이

참 곱고 예뻐서,

그 고운 마음으로

내방을 다녀간 분들께

짧은 편지를 써보았다.


그리고

짧은 편지라고 하기에는

살짝 민망한 마음을

브런치에 올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다.


블로그에서 내 글을 읽은 어느 분이

브런치까지 건너와

구독을 눌러주고

짧지만 따뜻한 댓글을 남겨주었다.


나는 그저 너무 기쁘고 고마워서,

남편에게 자랑 아닌 자랑을 했고,

요즘 조금 씁쓸해있던 내게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거봐. 진심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잖아."


툴툴대던 마음이

엔제그랬냐는 듯

토닥토닥 다독여졌다.


그래서 나도

그분의 블로그를 찾아가

댓글을 남겼다.


감사와 기쁨,

그리고 어쩌면

조금은 넘쳐흐른 마음까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답글이 도착했다.

“너무 개인적인 댓글은 지양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정중한 말이었다.

조금의 비난도 없었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도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데

얼굴이 터질 듯 붉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문득, 한 장면이 떠올랐다.


백화점에서

직원이 내 옆에 오래 머물며 설명을 이어가면

고맙긴 한데

점점 불편해지는 그 마음.


혹시, 그랬던 걸까.

내가 건넨 감사와 고마움이

누군가에겐

그런 종류의 친절이었을까?


나는

좋아하는 마음만 너무 앞세운 사람이었다.


진심일수록

조심스러워야 하는 순간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그 순간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래서

그날 꾹꾹 눌러 담아 쓴 감사의 글은

올리지 않기로 했다.


전하고 싶었던 마음이었지만,

때로는

말하지 않는 방식으로 남겨야 할 마음도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 마음은

지금도 여기에 있다.

애써 꺼내지 않아도,

어느 날 문득, 떠오르기를.


나는 그 마음을

작가의 서랍 한편에

살포시 남겨두기로 했다.


근데요...

살짝 보여드리면 안 될까요?


사실, 스티커 뒤엔

누가 봐도 본인인 줄 알 수 있게

작가님 성함 앞 두 글자를 적어뒀었다.


너무 고마워서... 그냥 올리려고 했는데

민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급하게 스티커를 붙였다.


그래도,

아예 안 보여드리긴 못내 아쉬워서

근데 또,
부담스러워하실 분도 계실 테니까.


그래서 타협을 했다.

이 사진 한 장만 올립니다.



내게 방문해 주신 모든 분들의

글을 읽어보고

한 분 한 분

진심을 다해 마음을 새겨 넣었다.


하필 이 타이밍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하늘이 자제하라고 한 걸로 받아들여야겠다.


부족한 제 브런치 공간에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

누군가의 작은 마음이

당신의 마음 어딘가에

가벼운 미소처럼 머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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