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하늘에 있지만,

별은 여전히 반짝인다.

by 감정 한 컵

엄마를 보내고 난 뒤,

글이 멀어졌다.


밝은 글은 어딘가 죄스러웠고,

슬픈 글은 또 누군가를 더 슬프게 만들까 겁이 났다.


그래서 쓰다 지우고,

지웠다 다시 쓰는 사이,

시간만 흘러갔다.


커서가 깜박이던 화면 앞에서

핸드폰에 몇 줄 적다

그냥 X를 눌러버린 날이 많았다.


그렇게 글을 쓰는 일은

내 마음의 체온과 함께

조금씩 굳어갔다.


사는 일은 모순으로 가득하다.

같은 하루 안에서 울다가 웃고,

웃다가 또 눈물이 난다.


기쁨은 때론 슬픔을 딛고 피어나고,

웃음은 가끔 눈물의 끝자락에서 다시 태어난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애써 모른 척을 한다.


요즘 나는

일상의 궤도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어딘가 고장 난 사람처럼

삐걱거리며 하루를 견디고 있다.


엄마를 떠나보내고,

아무 일도 없던 사람처럼

살아가야 하는 게 싫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글을 쓰지 못한다고

스스로를 탓하는 마음조차 지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 이렇게 겪고 있는

이 모든 순간들도

애도의 일부 일까.


글을 쓰지 못하는 시간,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

햇살이 너무 밝아 눈을 뜰 수 없는 오후.


그럴 때마다

불쑥 떠오르는 엄마의 얼굴.


그 모든 순간이

애도의 한 장면일지도 모르겠다.


애도의 언어는

말보다 침묵 쪽에 더 가까울 것 같다.


나는 지금도 글을 쓰고 있지만,

정작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아서

글마저 잃어버리면 안 될 거 같아서...


엄마가 마지막에 내게 했던 말이 있다.

"너는 꼭, 너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라."


글을 쓰는 것도

내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니까.


그래서 이렇게 다시 쓰고는 있는데,

아직 제자리로 돌아갈 방법을 찾지 못했다.


엄마가 없는 첫 명절.

올해는 유독 비가 자주 내린다.


비가 와서 그런가

엄마가 더 보고 싶다.


누가 보면

엄마랑 꽤나 사이가 좋았겠구나 싶겠지만,

나와 엄마는 사사건건 부딪쳤다.


본가를 다녀온 날이면

어김없이 눈물바람이 났고,

마음이 상하곤 했다.


그런데도

자꾸 보고 싶고,

괜히 미안하고,

끝내 후회가 남는다.


엄마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그 흔한 반지 하나 없이,

그렇게 빈손으로 세상을 떠났다.


살아 있는 동안

무언가를 갖고 싶다고 한 적도

없었던 거 같다.


그런 엄마가

친구가 선물해 준

별모양 열쇠고리를 예쁘다고 했다.


잠시 망설였다가

엄마에게 드렸다.


그래도 친구가 준거라

말은 해야 할 것 같아

나중에 조심스레 이야기했더니,

친구는 웃으며 말했다.


"엄마가 예쁘다고 하셔? 잘했네."


참 고맙고 예쁜 아이다.


얼마 전,

엄마의 짐을 정리하다

그 열쇠고리를 보았다.


어딘가에 부딪혀 낡고 달았지만,

여전히 빛을 내는 별모양 열쇠고리.


남편이 말했다.

"이건 네가 가지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어머니가 늘 가지고 다니셨잖아."


별이 반짝인다.


그 반짝이는 별처럼

나는 엄마를 예쁘게 기억하고 싶다.


닳아도 사라지지 않는 빛.

나는 그 빛을 오늘도 가방에 걸고, 천천히 걸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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