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응모하지 못한 글
저작권 공모전 마감일이 6월 15일이었다.
그리고, 그날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
누군가는 글을 완성했고,
나는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엄마는
내가 글을 쓰고 있다는 걸 몰랐다.
언젠가 말하려 했다.
우스운 얘기지만,
'이 정도면 괜찮겠지?'
그 기준에 닿았을 때쯤.
하지만 삶은
우리가 준비한 타이밍을
때때로 조금씩 비껴간다.
이제 엄마가 글을 볼 수는 없겠지만
그냥 올려본다.
정말 그냥.
지금은 비록 이름도 없고,
세상에 보인 적도 없지만.
유튜브에 나온 적도 없고,
SNS에서 돌아다닌 적도 없지만.
나를 만든 무명작가 친구는
오늘도 '저작권'을 검색하고 있을 거예요.
저는 아직 이름도 없는,
무명 당근일 뿐인데 말이죠.
저의 탄생은
연필로 그린 당근 한 장에서 시작됐어요.
표정도 있고, 대사도 있고,
아이들에게 말을 거는 방식까지 고민된
그 친구의 손끝에서 태어났어요.
처음인사는 이렇게 시작돼요.
"안녕, 나는 당근이야!"
"눈도 좋아지고, 피부도 반짝반짝!"
그저 먹기 싫은 채소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었던 마음.
그 마음이 저를 만들었어요.
그 친구는
디자이너도, 유명 창작자도 아니에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아이들에게 예쁘게 말을 건네기 위해,
며칠씩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던 사람이에요.
"이렇게 웃으면 더 친근해 보일까?"
"이렇게 말하면 아이들의 마음에 닿을까?"
"이 표정이면 채소를 좋아하게 될까?"
그런 질문들로
밤을 꼬박 새우던 날들을
저는 기억하고 있어요.
눈이 너무 작으면 눈에 띄지 않을까 봐
입꼬리가 너무 올라가면 얄밉게 보일까 봐
수없이 고치고 다듬고 그렇게 하루가 가던 시간들을요.
그 친구는
저의 웃는 표정 하나만 붙잡고 하루를 보낸 날도,
짧은 대사 한 줄에도 며칠을
미소와 찡그림 사이에서 고민했어요.
그렇게 저는 만들어졌어요.
그래서 저는
그저 그런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에요
컨트롤 C로 복사만 하면 되는 그런 콘텐츠도 아니고요.
내 말투 속에는
그 친구의 유쾌함이 묻어있고,
내 눈 속에는
그 친구의 고민이 담겨 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걱정이 찾아왔어요.
"그 친구가 만들어 놓은 영상플랫폼에 올리려는데
누가 가져다 써버리면 어떡하지?" 생각이 문득 든 거예요.
그 걱정은
그 친구를 계속 괴롭히고 있어요.
우스운 얘기지만,
그 친구는 카페에서도 저를 누가 볼까 봐
사람들 눈을 피해 구석에 앉아
저를 그리곤 했어요.
그러곤 생각해요
법은 너무 어렵고
세상은 너무 빠르고...
저는 어렴풋이 알게 됐어요.
창작보다 더 어려운 건,
창작을 지켜내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걸요.
복사를 해서 저를 가져갈 수는 있겠죠.
하지만 복제가 된 건 결국 '이미지'일 뿐이에요
내 안에 담긴 수많은 밤,
표정 하나를 두고 싸운 고민과 시간들,
그 친구가 내게 준 고유한 말투와 애정은
절대로 복사되지 않아요.
그걸 가져가버린다면,
창작자가 잃는 건 단순한 그림뿐만이 아니라
그 친구의 마음을 통째로 훔치는 일일 거예요.
생각해 보면,
저작권이란 건 그렇게 거창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아요.
저작권은
무시무시하고 거대한 아이디어만 지키는 법이 아니라,
이름 없는 무명 창작자의 마음을
존중하기 위한 약속이니까요.
어떤 작품은
위대하고 고고한 철학보다
작고 사적인 마음에서 시작되기도 하니까요.
그 친구는 음...
안 그런 척 하지만 어쩐지 소심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대신 말해주고 싶었어요.
법도 지켜야 하지만
존중도 중요하다는 걸요
저작권은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뿐만 아니라
마음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약속의 시작일수도 있다는 걸요.
모든 창작자님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세상은 지키기 위한 법도 존재하지만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도 살아있으니까요.
저는 그렇게 믿고 살아가려고요
엄마는 책 읽는 걸 좋아했는데,
정작 내가 쓴 글은 하나도 못 봤네...
아쉬운 마음이 남지만 괜찮다.
엄마도 분명
"괜찮아"라고 해줄 것만 같아서..
그래도 아주 가끔은 생각해.
엄마가 읽었다면 뭐라고 했을까.
맨날 다퉜지만,
오늘은 그 다툼조차 그리워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