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이구 냉정한— 으이구 저 독한—

다정이는 꼭 예쁘게만 오지 않는다.

by 감정 한 컵

아침저녁으로 산책하다 보면

이 동네에서 제일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으이구 냉정한 년,

으이구 저 독한 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근데 이상하게,

나는 그 말이 좋다.


아름이와 함께 걷기 시작한 지

어느덧 1년 반이 흘렀다.


그사이 계절은 다섯 번쯤 얼굴을 바꾸었고,

좋아하던 가게는 사라졌고,

모르던 가게가 자리를 차지했다.


많은 게 바뀌었지만,

그 시간 동안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OO빌라 앞 어르신은

여전히 그 자리에 계신다는 것.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해가 뜨는 해가 지든,

그분은 늘 그 자리에서

우리를 맞아주셨다.


굳이 다가오지는 않으신다.

그저 우리가 지나갈 때면,

늘 같은 목소리로 불러주신다.

"아름아~~"

진짜, 세상 조곤조곤하게


아름이는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어르신에게만큼은 매번 모른 척을 한다.


절대 안 간다.
아무리 애처롭게 불러도,

휙 지나치거나,

아예 못 들은 척을 해버린다.

민망할 정도로 철저하게.


그러면 어르신은

항상 같은 말로 반응하신다.


"으이구 냉정한 년,

으이구 저 독한 년."


처음엔 조금 당황했고,

곧바로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내가 좀 이상한건가?)


투박한 말투 안에

이상할 만큼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


"귀엽다"

"잘생겼다"

그런 말보다,

어르신의 이 요상한 인사가

왠지 더 사람 냄새가 났다.


마치 할머니가

손녀의 등짝을 툭 치며

"어이구 이 못난 것아" 하던 그 말투처럼.


거칠지만 익숙한 온기.

투박하지만 한결같은 마음.

다정이는 꼭 예쁘게만 오지 않는다.


아름이는 그 마음을

여전히 모른 척하지만,

나는 안다.


말은 거칠어도

그 안에는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이
몰래 숨어 있다는 걸.


우리는 가끔

그런 사람들을

쉽게 오해하며 지나친다.


하지만

그 마음을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마주한 적이 있다면,

그 후로 삶은

조금 더 다정해진다.


오늘도 아름이는

싸가지없게 돌아서고,

어르신은 웃으며

그 말을 던진다.


"으이구 냉정한 년,

으이구 저 독한 년."


나는 피식, 웃는다.

이 동네에서만 통하는

어르신만의 요상한 인사법.


작은 행복은

때로는 그렇게,

장난처럼 시작해

진심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말끝을 따라

우리의 하루에

다정이가 조용히 다녀간다.


다정이는 때때로

찬바람 섞인 말결 속에

꼭꼭 숨는다.


그래서 우리는

술래잡기에 술래가 되어

다정이를 찾아야만

만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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