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에 사업가로 살기로 결심했다.

마흔에는 나로 살기로 했다.

by Joy

서른 살의 나에게 가장 큰 변화는 싱가포르로 온 것이었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역적인 변화도 컸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때 나에게 가장 큰 변화는 따로 있었다.


사업가로 살아가기로 결심한 것.


9 to 6 직장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휴가를 누군가에게 허락받아야 하는 삶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누군가가 결정하는 삶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물론 마음의 결정일 뿐이었다. 언제든 상황이 오면 다시 직장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결심은 분명했다.


생생히 기억한다. 2016년 6월, 싱가포르에서 사업을 론칭할 수 있는 3개월의 시간이 주어졌다.

그 전에 이미 1년 정도 준비 기간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3개월 안에 가시적인 결과를 못 만들면, 그때는 정말 직장을 구하자.


2016년 6월부터 9월까지. 그 3개월은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가장 꽉 채워 살았던 시간 중 하나였다.

지금이 아니면 끝이라는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밀어붙였다.

이 정도까지 해서도 안 된다면 깨끗하게 포기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렵지 않았다.


image.png 2016년 싱가포르. 매일 피칭하러 다니던 시절.


외국에서 3개월 안에 투자 유치를 기대하는 건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매출처를 미친 듯이 찾아다녔다. 매일 피칭했다. 그러다가 2016년 9월, 내가 피칭했던 한 파트너사에서 영업 파트너십 계약과 전략적 투자를 동시에 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 짜릿함도 잠시, 두려움은 계속 있었다.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사업을 하면서 몇년에 거쳐 한 세 번 정도의 큰 고비를 넘기고 나서야 그때쯤 깨달았다.


나는 아마도 안 돌아가겠구나. 어떻게든 살아남겠구나.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세상도 많이 바뀌었다.




그리고 마흔 살. 나는 아직도 사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서른 살에 내가 겪었던 그런 큰 변화가 다시 찾아왔다. 하지만 이번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내적인 변화이다.


나는 이제 이런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매일 운동하고, Intentionally 먹고 마시고,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글을 쓰고, 가끔 음악을 하는 삶.

거창한 건 아니다.

새벽 다섯 시, 글 20분

일주일 세 번, 건반 앞에 20분

매일 만 보 이상 걷고 Strength training 하기.

신경써서 먹고 마시기


심플한 루틴이다. 하지만 주 2회 정도 운동하고, 마음 가는 대로 먹고 마시고, 아침 7시 반에 겨우 일어나고, 음악을 내려놓았던 나의 30대 삶과 비교하면 아주 큰 변화다. 그때 그 삶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나의 30대 삶도 충분히 좋았다.


새로운 루틴은 나에게 아주 큰 내적 변화를 주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것을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다.


서른 살의 내가 사업가로 살아가기로 결심하고 직장인으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처럼,

마흔 살의 나는 지금 이 버전의 나로 살아가기로 결심했고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자신 있다. 왜냐하면 이 변화는 외부의 기준이 아니라 내부의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통제하면 되는 일이다.


물론 이 변화도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사업가로 살아가겠다는 결심도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었다.

스물다섯, 4년 가까이 다니던 컨설팅 회사를 그만두고 페루로 떠났을 때부터.

MBA를 선택했을 때. 졸업 후 대기업이 아니라 스타트업을 선택했을 때.

5년의 혼돈기가 있었기에 서른 살의 결심이 가능했다.


지금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갑자기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글을 쓰고 술을 거의 안 마시고 다이어트를 하고 만 보를 걷기 시작한 것이 아니다.


출산 후 몸이 보내던 신호. 지금 하는 사업을 넘어 나에게 flow state를 주는 무엇인가가 있을 것 같다는 감각. 그게 무엇인지는 몰랐던 불확실함과 답답함을 견뎠던 몇년 간의 시간들. 약 2년 동안의 테라피 과정. 육아를 하면서 매일 마주했던 어린 시절의 나. 둘째 출산 이후 시작한 PT와 식단. 그 모든 것들이 쌓여 어느 날 변화가 찾아왔다. 마흔 살로 넘어가기 직전에.


두려움도 있다. 스트레스를 받는 날, 힘든 시기를 겪는 순간,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가지는 않을까.

하지만 서른 살의 나를 떠올리면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아마 그럴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떻게든 살아남을 테니까.

지금 이 버전의 나로.


오늘은 내 마흔번째 생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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