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이 전망이 얼마나 좋은가, 얼마나 많은 부와 명예를 가져다줄 것인가 하는 얕은 생각이 아닌, 내 인생을 걸어도 좋을 만큼 행복한 일인가에 답할 수 있는 것을 나는 꿈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원익의 <비상> 중에서
'South Korea'가 새겨진 네임 벳지를 가슴 왼 편에 장착한 채 깔끔하게 다려진 유니폼을 입고, 햇살에 반사된 금빛과 푸른빛이 오묘하게 어우러진 바다 위를 누비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일은 어느덧 열아홉의 하루 일과 중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렇게 나는 부푼 꿈을 한 아름 안고서 대경대학교 관광 크루즈 승무원과에서 항해의 첫 페이지를 펼쳐보기로 결심했다.
비록 평탄한 길은 아니겠지만 아무렴 어떤가?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들이 보잘것없는 알맹이 조각이라 할지라도 나는 크게 동요치 않기로 했다.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확신이 이미 마음속 깊숙하게 자리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정말 크루즈 밖에 모르고 살았다. '하늘의 운송수단은 비행기, 바다의 운송수단은 배'라는 획일화된 사회적 편견을 깨뜨려준 크루즈 내부의 또 다른 세상.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크루즈=블루오션*의 성립이 적용되고 있는 탓에 대중들의 인식이 따뜻하지만은 않다. 전공자인 나는 그럴수록 크루즈를 제대로 알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고 또 지금도 여전히 그러고 있다.
그 지식의 두께가 차츰 두터워질수록 나의 무지함에 얼굴이 홍당무처럼 달아올랐고, 관심이 증폭될 때면 두 눈은 초롱초롱한 빛을 온전하게 쏟아냄을 반복하였다. 그것은 마치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고픈 듯한 강렬한 욕구를 불러일으켰고, 동시에 새로운 무언가를 알아가기 시작할 때의 신선한 느낌을 선사했다.
*Blue Ocean: 현재 존재하지 않거나 알려져 있지 않아 경쟁자가 없는 유망한 시장
꿈을 이루고 또 다른 꿈을 위해 도전하는 중인 나는 때때로 이런 생각에 잠긴다. 지금까지도 간혹 출처가 불분명한 고민 덩어리들이 얽히고설켜 내면을 휘젓곤 하는데, '스무 살의 나는 과연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이 고민들의 존재 여부를 인지하고 있었을까'에 대해 말이다. 너무 어렸기에 깨달을 리가 만무했을 거라며 매번 손사례를 치고 있지만.
그런데 어쩌면 그때의 나는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알맹이 조각들을 하나하나 모으는 과정에서 분명 커다란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