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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an 27. 2021

틀린 게 아니라 다를 뿐이야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법


몸소 부딪히며 경험하는
좌우충돌 선상 라이프!


선상생활을 하다 보면 출처모를 해프닝들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여러 번 온다. 굉장히 사실처럼 들리는 소문들이 알고 보면 터무니없는 거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면 처음엔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이처럼 수십 가지나 되는 주인 없는 소문들은 하루 사이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블랙홀처럼 사라진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그 이유는 바로, 크루즈 선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 때문이다.


크루즈라는 특성상 밀폐된 공간에서 수십 개국의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는 상황이 자동적으로 조성되면서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선상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 속에서 '지구 상에는 이렇게나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존재하는구나'라는 걸 느끼기도 하고, 한편으로 '나는 어떤 모습으로 그들에게 비칠까?' 하는 원초적인 의문을 자아내기도 한다. 어쩐지 육지 환경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미국에서는 친근감을 표현하는 의식인 볼 키스가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낯설게 느껴지고, 생일날 미역국을 먹는 우리와는 다르게 장수하라는 의미를 담아 면을 먹는 중국사람들, 타인을 배려하기 위해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성이 베여 있는 남다른 가치관을 가진 일본 사람들. 밥 먹을 때 주로 사용하는 식기류나 하루 세끼의 유무, 교육의 방식 등 이 모든 것들은 국가별, 나라별, 인종별로 제각각이다.






언젠가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문장을 접한 적이 있다. 어투가 살짝 격하기는 하나 어딘가 모르게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잘 긁어낸 거 같아 왠지 모르게 후련하다고나 할까.


또라이를 피해 조직을 옮기면 그곳에도 다른 또라이가 있다.

‘상또라이’가 없으면 이보다 덜한 ‘덜또라이’ 여럿이 있다.

팀 내 또라이가 다른 데로 가면 새로운 또라이가 들어온다.

또라이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다른 또라이가 될 필요도 있다.

팀 내 또라이가 없다면 자신이 또라이다.



누군가 그랬다. 크루즈를 타면 온 세상의 또라이들과 마주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면 그 많은 사람들 중 이상한 사람을 만나는 건 그렇게 놀라운 일도 아니겠다. 그러나 한 가지 명확한 건 단지 나와 다를 뿐 그 누구도 틀리지 않다는 것.


타인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저마다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개개인은 각자의 철학에 따라 그 기준을 두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모습이 나와 비슷할 수도, 어쩌면 전혀 다를 수도 있다. 하물며 내 손가락의 열마디 지문도 모두 다른데 그 누가 같은 모습을 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무엇보다 나와 타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한 깨달음을 안겨준 곳이 바로 크루즈이다. 물론 육지에서도 같은 경험을 할 수는 있지만 크루즈라는 공간은 육지의 시간과 경험을 몇 배로 압축시킨 곳이다. 믿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크루즈를 타지 않았더라면 나의 시간은 지금보다 몇 배는 더디게 흘렀을 테다.






그리하여 나는 여러 번의 선상생활을 통해 깨닫게 된 점이 하나 있다. 가끔은 내려놓을 줄도 아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사실, 아마 크루즈에서 장기간 근무했던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겠다.



나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그들을 내 틀에 맞게 고치려들지 말자는 것.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이론을 자각했을 때 받게되었던 충격은 매우 신선했다. 그동안 왜 이런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던 걸까 하는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후로 이유모를 자신감이 불붙은 나는 이를 금방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줄 알고 열의를 띄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좀처럼 쉽지 않았던 험난했던 과정들, 한 편의 영화마냥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자각하게 되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역시나 별개의 문제인지 지금도 여전히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당분간은 계속 될지도 모르는 이 여정 속에서 나는 첫 마음 그대로를 기억하며 한 걸음 내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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