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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an 06. 2021

블랙잭 vs 바카라

메이저 카지노 게임을 딜링하다

우당탕탕 예측불허!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다이내믹한 나의 선상생활은 고된 스케줄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게 되는 바다 위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하루가 다르게 일상 속으로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그러나 새로운 공간이 주는 신비로움과 다양한 사람들이 구사하는 다양한 억양의 언어, 그리고 자유롭게 누리는 여가시간과 혜택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았던 무렵, 나는 또 한 번 긴장의 끈 위에서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나의 본업과 관련된 카지노 게임 트레이닝이었다. 회사를 이직한 만큼 당연히 이곳에서의 교육 또한 따로 이루어져야 했던 것이다.






아시아 리딩 크루즈 선사인 스타 크루즈에서 근무했던 당시 내가 딜링 할 수 있는 메이저 게임(major game)은 오롯이 바카라(Bacarrat) 뿐이었다. 바카라는 아시아 겜블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전 세계 겜블러들의 선호도에 있어서는 좀처럼 1순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게임이다. 그 말은 즉, 이곳에서 근무하기 위해서는 바카라 이외의 메이저 게임을 습득해야 하고 그것을 무리 없이 잘 소화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2015년 11월, 이제껏 아시아 노선만을 항해하던 스타 크루즈 버고호가 마침내 호주 크루징을 처음으로 시도하였는데 역사적인 그 순간, 운이 좋게도 나는 그곳에 승선해있었다. 크루즈가 호주로 향하는 만큼 탑승하는 승객의 인종과 비율이 확연히 달라졌고 그들이 바카라 이외의 게임을 요구함에 따라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야만 했다.


결국 회사는 우리들 중 극 소수만을 선택하여 블랙잭(Blackjack)을 트레이닝시키기로 하였고 나와 몇몇 한국, 중국, 필리핀 친구들은 감사하게도 그 트레이닝을 받게 되었다. 비로소 블랙잭이라는 게임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던 순간이다.



블랙잭은 테이블 카드게임의 한 종류로서 스페이드, 다이아몬드, 클로버, 하트, 4가지 종류의 카드 52장을 사용한다. 셔플(shuffle; 게임 전 카드를 섞는 행위)이 완료된 카드가 슈(shoe; 섞인 카드가 보관되는 곳)에 담기면 딜러가 카드를 차례차례 드로잉 한다. 물론 이때 플레이하길 원한다면 해당 테이블의 미니멈 이상으로 돈을 걸어야만 한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는 딜러로부터 받게 되는 두 장의 카드 합이 21을 넘어가면 안 되며 1라운드가 끝나면 테이블을 탭(카드를 더 받겠다고 톡톡 치는 행위) 하여 21에 가깝게 카드를 받으면 된다. 처음부터 10이나 그림카드 2장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처럼 21과 가까울수록 우승 확률은 높아진다.



이토록 간단하기 그지없는 게임 룰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여 몇 번이고 같은 실수를 되뇌었다. 뒤에서 지켜봐 주는 슈퍼바이저가 없으면 내가 올바르게 진행하고 있는 게 맞나 확신이 서지 않아 갈팡질팡했고, 종국에는 겜블을 하는 플레이어들이 내 실수를 지적해주기도 하였다. 다행히 끊임없는 연습과 반복을 통해 숙달이 되면서 부끄러운 상황들은 모면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프로 딜러들처럼 자신 있게 딜링 하지는 못했다.


블랙잭 딜링 실력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직을 하게 되면서 트레이닝을 받는 내내 무진장 고생을 했다. 블랙잭 게임 진행 방법이 살짝 다른 것부터 사소한 규율, 테이블 미니멈 등이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더욱이 플레이어와 소통하면서도 카지노에 손실이 가지 않게끔 빠르게 딜링 하길 원하는 매니저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진땀을 뺐었다.


블랙잭은 플레이어들이 선호하는 카지노 게임 중 TOP3에 속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게임인 만큼 하루빨리 다른 친구들처럼 능숙하게 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에 매일같이 연구하고 또 잘하기 위해 남모를 노력으로 밤을 지새웠다.



주변을 돌아보니 눈 감고도 딜링이 가능할 것만 같은 페루, 인도, 영국 친구들의 블랙잭 딜링 스킬이 나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나 역시도 연습에 연습을 거치다 보면 반드시 그 날을 맞이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눈물 콧물 쏙 빼며 어렵사리 터득했던 바카라 딜링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스타 크루즈 출신인 필리핀, 중국, 베트남 친구들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꾸벅꾸벅 졸면서도 플레이어들과 의사소통하며 딜링이 가능할 수준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곳은 'Mini Bacarrat'를 사용해 머리를 굴려 암산을 해야만 하는 과정(BKANKER가 이길 시 배팅 금액의 5% 커미션을 차감하는 것)이 필요 없어 근무하기에 훨씬 수월했었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그만큼 플레이어들이 잘 찾지 않는 마이너 게임에 속했기에 테이블 오픈을 잘하지 않았다는 점 정도랄까.






테이블 경험이 늘어날수록 일취월장해져 가는 블랙잭 딜링 스킬, 그리고 어느덧 완벽히 익숙해진 바카라 딜링 스킬은 세심함을 유지함과 동시에 한껏 여유를 부릴 수 있게 되었다.


산 넘어 산. 블랙잭이라는 이 산을 넘으니 그다음 산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포커, 룰렛 등 여전히 배워야 할 게임이 수두룩하였다.



아직은 서툴고 부족함뿐인 실력을 갖고 있지만 원래 배움에는 끝이 없는 거니 하며 겸허한 자세가 성찰하는 힘을 길러주었다.

'끊임없는 반복 너머에는 반드시 달콤한 그 무언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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