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 Feb 10. 2021

그녀의 무게는? 14만 톤!

프린세스 크루즈 소속의 승무원이 되다


당신은 크루즈 선박의 크기를
가늠해 본 적이 있는가?



이런 질문을 받는 상당수의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지을 것이다. 전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수백 척의 크루즈 선박들의 사이즈를 가늠조차 하기 힘들뿐더러 비교대상을 무엇으로 두어야 할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비교해야 하는지 조차 모르니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아무래도 크긴 크겠지, 그런데 얼마큼 큰 거야?
크다 하면 보통 타이타닉 정도가 아닐까?
에이, 그래도 크루즈가 크다 한들 얼마나 크겠어?


크루즈에 대해 알아가고 이해하기 전까지는 나 또한 저와 같은 질문을 던져왔었다. 이따금 머리를 굴려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다. 그러나 연안을 항해하는 카페리선들과 아무리 비교해봐도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아 늘 낑낑대기 일쑤였다.


이십 대 초반의 나는 공부를 하면서, 영상을 보면서, 그리고 실제로 승선을 하면서 등, 중·소형의 크루즈를 여러 방면으로 접해 보기까지 했지만 여전히 대형 선박에 대한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내 두 눈에 직접 담아보지 않았으니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싶어 했던 걸까?



그런 복잡 미묘한 줄다리기가 오랜 시간 지속되던 와중 나는 마침내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바로 프린세스 크루즈사의 14만 톤 크루즈 선박인 마제스틱 프린세스(Majestic Princess)호. 당시 아시아 노선, 그중에서도 상해와 대만, 일본을 주로 기항하는 크루즈로 아시아 승객들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던 선박이었다.






일반인들 중 '14만 톤이 얼마 정도의 무게일까요?'에 정확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가히 드물다고 본다. 이렇게 숫자상 그리고 느낌상 매우 거대해 보여도 역시나 증명할 만한 수치가 없이는 좀처럼 납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당시 14만 톤의 마제스틱 프린세스호는 길이 1,084 feet 높이 224 feet에 달하는 사이즈로 프린세스 크루즈사의 가장 큰 로얄 클래스의 선박으로 세상에 등장했다. 최신형 선박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그녀는 63빌딩보다 크고, 축구장 3개를 붙여놓은 것보다 더 큰 길이를 자랑해 많은 이들의 놀라움을 사기도 했다.



새벽에 근무 마치고 잠시 바람 쐬러 나왔다가 본 오픈덱은 너무 예뻤다

실제로 3,560명의 승객을 수요 할 수 있는 마제스틱 프린세스호는 여태껏 내가 만나왔던 선박들과는 차원이 다른 압도적인 크기였다. 최신형 선박답게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세련된 선내 시설은 물론 해가 저물고 캄캄한 밤이 되면 형형색색으로 물드는 오픈덱은 때로 웅장한 느낌까지 선사했다. 가라오케와 공차, 마작룸 등을 처음 마주하게 되었을 때는 승선 경험이 있는 나 조차도 '크루즈에 이런 시설도 있구나' 또 한 번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무엇보다 좀처럼 깨끗하고 청결하기 힘든 크루 멤버들의 공간인 크루캐빈과 크루바, 그리고 크루메스 또한 모두 널찍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가져다주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특히나 깨끗한 화장실로부터 오는 만족감과 폭신폭신한 카페트 바닥에서 오는 안정감은 두 말할 것 없이 좋았고, 푹신한 새 침대와 넉넉한 공간을 보유하고 있는 옷장과 책상으로 구성된 크루캐빈의 만족도는 그야말로 별 다섯 개를 주고도 모자랄 정도였다.



지난 컨트랙을 함께했던 홀랜드 아메리카 라인에서는 은퇴를 하셨거나 연로하신 분들이 주로 크루징을 하시곤 했는데, 그곳과 달리 가족단위의 예약이 많은 프린세스 크루즈는 선내 이벤트와 프로모션 등에 대해서도 보다 다양한 즐길거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전 연령대를 아우르며 제공되는 서비스와 그들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선사가 끊임없이 노력하는 점이 눈에 보일 정도라 굉장히 신기했었다.






내가 활동하게 될 무대가 갑자기 넓어져버린 이 환경 속에서 당황스러움과 신기함 그리고 묘한 행복감이 동시에 교차했다.

'언제 또 이런 경험할 수 있을까? 최신형 선박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된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야.'
매거진의 이전글 틀린 게 아니라 다를 뿐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