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번의 거절, 무대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반도체 키친’ 아마존 POD 실험

by JP 정표

아마존에 책을 내겠다고 선언하자,

아내의 눈빛에는 체념 섞인 응원과 묘한 경외심이 함께 머물렀다.


보통 사람 같으면 여기서 멈출 법도 한데,

나는 또 다음을 생각하고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걸 아내도 이미 아는 것이다.


최근 내 메일함은 ‘거절의 기록’으로 가득하다.

‘반도체 키친’ 원고가 어느 정도 쌓였을 때,

이름만 대면 아는 출판사들에 투고를 시작했다.

(생각이 많아지기 전에, 먼저 보냈다.)


돌아온 것은 정중한 거절, 혹은 더 아픈 무응답뿐이었다.

원고를 다시 다듬어 11곳의 문을 더 두드렸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내부 회의 끝에 어렵게 내린 결정”이라는 답장을 한곳에서 받았고,

그 한 문장이 이상하게 나를 더 담담하게 — 그리고 더 고집스럽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기다리기보다 무대를 바꿔보기로 했다.
바로 아마존 종이책(POD) 출간이라는 실험이다.


엔지니어의 언어로 말하면 상황은 단순하다.

원하는 수율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레시피가 틀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환경 조건이 맞지 않으면 결과는 어긋난다.

그럴 때 우리는 장비를 바꾸거나 공정의 무대를 옮긴다.


나에게 아마존은 그런 의미다.

늘 쓰던 장비에서는 예상 가능한 결과만 나오지만,

한 번도 돌려보지 않은 낯선 환경에서는 전혀 다른 데이터를 마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기록들이 ‘글로벌’이라는 더 넓은 공간에서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그 불확실성을 기꺼이 즐겨보려 한다.


이번 설 연휴,

나는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을 책상 앞에서 보낼 계획이다.

기존 원고에 30% 정도의 새로운 ‘사이드 디시’를 보강해,

아마존에 내 진심을 태워 보낼 원고를 마무리하려 한다.


시도조차 하지 않는 ‘안전한 비관’보다는,

부딪히며 배우는 ‘무모한 낙관’이 나를 더 성장시켜 줄 거라 믿는다.


누군가의 눈에는 조금 무모해 보일지라도,

나는 오늘도 틀릴 가능성을 감수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낙관론자로 남고 싶다.




여러분은 이번 연휴에 어떤 작은 실험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저는 제 방식대로, 제 책상 앞에서 한 번 더 해보려 합니다.


따뜻하고 충만한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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