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이 한자를 해석하는 방법
여동생 가족과 저녁을 먹었다.
조카는 아홉 살. 학원 얘기로 시작했다가 책 얘기로 흘렀고,
책 얘기가 삼국지로 가더니, 삼국지가 한자 얘기로 번졌다.
밥상 위에서 대화는 그렇게 제멋대로 뻗어나간다.
그러다 한자 이야기가 나왔고, 나는 아는 척을 좀 했다.
'오만방자'를 꺼냈던 것 같다.
조카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거요... 방귀를 오만 번 뀐 사람이에요?"
나는 밥을 거의 뿜었다.
오만방자(傲慢放恣). 거만하고 제멋대로인 사람.
그런데 오만 번 방귀를 뀐 사람.
틀리지 않았다. 어쩌면 더 직관적이다.
한자를 모르면 세상이 이렇게 보인다.
소리로만, 느낌으로만.
그런데 그 해석이 때로는 원래 뜻보다 훨씬 생생하다.
오만방자.
거만하고 제멋대로인 사람.
혹은, 오만 번 방귀를 뀐 사람.
아홉 살의 정의가 아직도 웃기다.
그리고 아직도 틀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