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밀] 반도체보다 난이도 높은 두 변수와의 일상 디버깅
반도체라는 세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변수 하나에도 성능이 흔들리는 정교한 분야입니다.
저는 지난 15년 동안 복잡한 공정들을 연구하고,
이를 더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방법을 고민해 왔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벗어나 집으로 돌아오면,
어떤 시뮬레이션으로도 예측하기 어려운 두 개의 거대한 변수가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셰프가 손님에게 내는 메인 요리보다
주방 구석에서 조용히 먹는 스태프 밀(Staff Meal)을 더 사랑하듯,
오늘은 메인 요리 전,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아내의 인생 계획서(Roadmap)에는 ‘다자녀’라는 항목이 없었습니다.
한 명만 낳아, 남부럽지 않게, 그리고 우아하게 키우는 것.
그것이 저희의 Golden Path(최적 경로)였죠.
하지만 첫째가 태어난 뒤,
“그래도 아들 하나쯤...”이라는 작은 미련이 임계치(Threshold)를 넘어서며
계획에 없던 둘째가 생겼습니다.
그렇게 저는 ‘딸 둘 아빠’가 되었습니다.
기쁨이 두 배가 될 줄 알았지만,
현실은 데시벨(dB)만 두 배가 되었습니다.
저희 두 딸은 완벽한 체형 비대칭(Asymmetry)을 이룹니다.
첫째는 밥을 모래알 세듯 먹어 극세사 체형이고,
둘째는 언니 밥까지 뺏어 먹어 포동포동한 체형입니다.
평화로운 저녁, 전쟁의 서막은 늘 첫째의 입에서 시작됩니다.
소파에 누운 둘째의 배를 ‘콕’ 찌르며 말하죠.
“너 그러다 굴러다니겠다. 돼지야.”
둘째의 눈썹이 꿈틀 합니다.
한계 전류(Over Current)가 흘러버렸습니다.
“언니는 뼈밖에 없으면서! 멸치!”
순식간에 거실은 UFC 옥타곤이 됩니다.
저는 다급히 외칩니다.
“그만해! 외모로 놀리는 건 안 되는 거야!”
하지만 제 목소리는 그들에게
배경 소음(Background Noise)과 다르지 않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 관계의 가변성(Variability)입니다.
5분 전까지 머리채를 잡던 두 아이가
잠시 후 나란히 앉아 다정하게 놀고 있습니다.
첫째가 젤리를 내밀면
둘째는 “언니 최고!”라며 받아먹습니다.
조금 전 거실을 날아다니던 ‘돼지’와 ‘멸치’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입력값(Input)은 싸움이었는데,
출력값(Output)은 사랑이라니.
엔지니어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해석할 수 없는
완벽한 비선형(Non-linear) 모델입니다.
매일 퇴근 후 도어록을 누르기 전,
저는 습관처럼 한 번 숨을 고릅니다.
‘오늘은 또 어떤 주제로 충돌하고 있을까.’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전력전달라인(Power Delivery) 과열을 막기 위한
일종의 회로 점검 같은 의식입니다.
하지만 전쟁 같은 하루가 끝나고
두 아이가 나란히 잠든 모습을 볼 때면
설명하기 어려운 평온함이 밀려옵니다.
계획대로 ‘완벽한 외동’이었다면
집은 지금보다 훨씬 조용했겠지만,
어쩐지 너무 썰렁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시끄럽고 정신없고,
저의 멘탈은 웨이퍼처럼 식각(Etch) 되어 깎여 나가고 있지만...
둘이 부딪히며
서로의 뾰족하고 무딘 부분들이 조금씩 다듬어져 갑니다.
서로를 돼지와 멸치라 부르며 바쁘게 싸우지만,
그래도 둘이라서 다행입니다.
저는 오늘도
두 아이의 변덕스러운 회로를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아빠일 뿐입니다.
★ 다음 메인 메뉴 예고 — <식각 편>
금요일에는 드디어 제 주특기,
“불꽃으로 조각하다” 메인 요리를 올립니다.
스태프 밀은 여기까지,
이제 본격적으로 불을 켤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