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돈 금반지를 잃고 얻은 것들
두 달간 5kg을 감량했다.
그런데 이 성과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이 다이어트의 나비효과,
그 예상치 못한 사이드 이펙트(Side Effect)는 손가락이었다.
얇아진 손가락에서, 늘 그 자리에 있던 금반지가 사라졌다.
모든 일의 시작은 건강검진 결과표였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드디어 정상 범위를 벗어났고,
경동맥 초음파에서는 양쪽 혈관에 칼슘이 끼어 있었다.
엔지니어로서 내 몸이라는 시스템(System)을 분석해 봤다.
“이건 경고등이다.”
나는 대체로 건강했고, 체력도 괜찮았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가장 무섭다.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내부의 작은 결함들이 누적되다 임계점(Threshold)을 넘으면
치명적인 오류(Catastrophic Failure)를 일으킨다.
반도체 공정에서 수율이 0%로 떨어지는 것처럼.
그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실패다.
그래서 결심했다. 내 몸의 공정 변수를 수정하기로.
복잡할 것 없었다. 기본에 충실한 리뉴얼이었다.
1️⃣아침 공정 변경: 탄수화물 대신 완전식품인 삶은 계란
2️⃣주식(主食) 교체: 흰밥 → 현미, 탄수화물 위주 → 단백질 위주 식단
3️⃣야간 공정 중단: 야식 Hold
4️⃣약물 처리(Doping): 콜레스테롤 약 복용
결과는 확실했다. 두 달 만에 5kg 감량.
근육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문틀에 철봉 하나를 설치했다.
처음엔 턱걸이 하나도 못 했는데, 이제는 다섯 개까지 올라간다.
몸은 가벼워졌고, 시스템은 안정화되는 듯했다.
모든 게 순조롭던 그때, 예상치 못한 결함이 터졌다.
손가락 살이 빠지면서 반지가 헐렁해진 것이다.
며칠 전, 회사에서 일하다 문득 손을 봤다.
없었다. 반지가.
‘멘붕.’
요즘 금값이 얼만데. 2돈이면…
엔지니어의 본능은 곧바로 문제 해결로 향한다.
“반지 안에 초소형 GPS 칩이라도 박아 넣을 순 없을까?”
물론 현실성은 제로.
배터리, 방수, 소형화 — 현 기술로는 불가능의 향연이다.
이 시스템(반지 관리)은 ‘추적성(Traceability)’이 0이었다.
결국 회사 게시판에 분실 공고를 올렸지만, 연락은 없었다.
씁쓸했지만, 금은방으로 향했다.
금은방에서 새로 2돈을 주문했다.
계속 오르는 금값을 보며, 엉뚱한 상상이 떠올랐다.
“굳이 진짜 금을 통째로 끼고 다녀야 할까?”
요즘 스마트워치처럼 ‘전자반지(Smart Ring)’ 도 이미 존재한다.
여기에 GPS 기능을 넣고 외부는 진짜 금처럼 코팅(Plating) 하면 어떨까.
잃어버릴 염려도 없고, 금값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배터리, 칩, GPS 센서를 이 작은 링 안에 넣는 일이다.
하지만 반도체 공정이 3 나노, 2 나노로 미세화되는 세상이다.
언젠가 구현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런 공상을 하다 보니, 새 반지가 유난히 반짝였다.
이상하다. 똑같은 금인데, 왜 이번엔 더 소중할까.
있을 때는 모르다가, 없어지고 나서야 깨닫는 것 —
그게 인간의 본질 아닐까.
다이아몬드는 합성에 성공하면서 희소성이 무너졌다.
반면 금(Gold)은 여전히 사람 손으로 만들 수 없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다이아몬드는 탄소(C) 원자로 이루어진 결정체,
즉 배열만 바꾸면 된다.
고압·고온(HPHT)이나 증착(CVD)으로 형태 변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금은 다르다.
금(Au)은 원자번호 79,
즉 핵의 양성자 수가 고정된 원소다.
금 합성이란 다른 원자핵의 구조를 바꾸는 핵변환(Transmutation)이다.
입자가속기로 수은(80번)의 양성자 하나를 쳐내면
이론상 금(79번)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게다가 대부분 방사성 금(Isotope)으로 불안정하다.
결국 금은 여전히 ‘채굴의 영역’에 남아 있다.
인간이 만들 수 없기에, 그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금의 희소성은 곧 인간의 한계의 증명이다.
문득 계산이 떠올랐다.
금 한 돈이 3.75g, 두 돈이면 7.5g.
두 달 동안 5,000g(=5kg)을 덜어내는 동안
7.5g의 금을 잃은 셈이다.
단순히 질량의 차이로만 보면
1 : 666의 손실 비율.
물리적으로는 성공이지만,
감정적으로는 실패처럼 느껴졌다.
결국 이 다이어트는,
체중을 줄이는 실험이 아니라
‘가치의 밀도’를 재정의하는 실험이었다.
새 반지를 끼며 생각한다.
건강도, 관계도, 반지도 —
결국 ‘있을 때’ 그 가치를 아는 법이다.
잃어버린 금 2돈은,
내 건강을 되찾는 데 든 ‘수업료’였을지 모른다.
오늘따라 새 반지의 무게가,
그리고 내 삶의 밀도가 유난히 묵직하게 느껴진다.
“금은 합성되지 않지만,
삶의 밀도는 스스로 다듬을 수 있다.”
— JP 정표 | Etch the Life. 빛과 공정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