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작가지, 브런치 작가가 아니다.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브런치!
글쓰기를 좋아하고,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플랫폼이다.
나 역시 지금은 전도사가 되었지만, 한때 스토리텔링 작가가 되기 위해 공부했고, 출판이라는 오래된 꿈을 간직하고 있었기에 브런치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 쾌제를 불렀다.
그렇게 쾌제를 부르며 이 브런치를 알게 된 건 작년 7월 말, 벌써 약 9개월 전에 일이다.
나름대로 신중을 기해 지원서를 작성했고, 하루를 투자해 세 편의 글을 완성시켜 지원했다.
처음 지원했을 때, 내 머릿속엔 온통 브런치를 통해 내 글을 알릴 생각만 가득했다.
잘되면 내 글을 책으로도 출간할 수 있다고?
심지어는 이미 전업 작가가 된 것마냥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며칠 뒤 브런치에서 메일이 왔다.
브런치 작가 신청 결과 안내 드립니다.
'합격했겠지?' 떨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어보았다.
불합격이었다.
조금 기분은 나빴지만 뭐 처음이니깐.
다들 몇 번씩 떨어진다고 하니깐, 나도 곧 되겠지.
그 당시만 해도 몰랐다.
나의 브런치 작가 도전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말이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면 그 결과가 메일로 온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메일 제목만 봐도 합격 여부를 알 수 있었다.
브런치 작가 신청 결과 안내 드립니다. 라는 메일은 불합격-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합격!
내 메일함에는 불합격 메일이 85번이 쌓이고 난 후, 86번째 도전 끝에 축하한다는 합격 메일이 도착했다.
결과론적으론 결국엔 '브런치 작가'에 합격하게 되어 이렇게 브런치에 글도 쓸 수 있게 되었고,
오래도록 버킷리스트로 간직했었던 출판의 꿈도 이루었다.
하지만 그땐 난 정말로 몰랐다.
내가 브런치에 이렇게 끝까지 포기 안 하고 도전할 줄 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출판을 하게 될 줄도 말이다.
내가 왜 계속 브런치에 지원했는지는 묻는다면, 그리고 어떻게 출판을 하게 됐는지 묻는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글쎄요. 하고 싶어서 하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정도일 것이다.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것이 정말로 그랬다.
글이 쓰고 싶어서 썼고,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어서 계속 브런치에 지원했다.
또 우연히 출판의 기회가 와서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잡았더니 책이 나왔다.
늘 그렇듯 이미 나온 결과를 돌아보며 말하는 것은 이렇게 담백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를 내는 과정이 어찌 보이기만 하는 결과처럼 담백할 수만 있겠나.
그 과정 속엔 현실이라 생각하기조차 싫었던 절망과 좌절,
그리고 혹시 꿈인가?라고 느껴질 정도로 생각지도 못했던 희열과 기쁨도 있었다.
이 역시 돌아보니 그렇다.
계속된 도전에도 어김없이 날아오는 불합격 메일은 담담한 척했지만 늘 쓰렸고,
왜 나만 안될까?라는 자책은 자존감을 낮추기에 충분했다.
남들은 그래도 다 통과하는 브런치에도 통과 못하는데 할 수 있을까? 내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덕분에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던 작가라는 꿈을 의심하기도 했다.
지금 내 본업에 충실하며 잘 살아가고 있는데 굳이 작가가 돼야 할까?
나름대로 합리화도 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나 자신에게서, 또 현실 앞에서 멀게만 느껴지는 꿈으로부터 한걸음 뒤로 물러나기 싫었다.
아마 서른 살이 되어 갑자기 불어버린 꿈에 대한 불안감과 조급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꿈은 내가 꿀 수만 있다면,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간직될 줄 알았다.
그리고 간직이라도 하고 있으면 언젠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언젠간'이란 단어의 뜻처럼 늘 현실이 되진 못했다.
이미 난 작가란 꿈은 오래도록 간직만 했지, 들여다보지 않았다.
오래전 선물 받아 간직만 하고, 눈길과 손길을 주지 않아 소복이 먼지 내려앉은 물건처럼 말이다.
그런 내게 계속된 불합격 소식은 내 안에서 꿈에 대한 마찰을 일으켰고, 꿈에 있어 전에 없었던 간절함이란 불꽃이 튄 것이다.
간절해지니 행동하게 되었고, 그 행동들이 날 작게나마 변화시킨 것이다.
글과 브런치에 대해 알려줄 멘토를 찾았고, 전과 다르게 꾸준히 글을 쓰려 부단히 애썼다.
꾸준히 글을 쓰다 보니 자연스레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교류하게 되었고, 내가 그동안 몰랐던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고, 마음에도 들어와 내 하루가 조금씩 나도 모르게 변화되었다.
브런치 작가 도전에도 소홀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되었다.
조금씩 변화된 삶에서 자연히 생긴 꿈에 대한 정확한 지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내가 되고 싶은 건 작가이지, 브런치 작가가 아니다.
내 꿈은 작가지, 브런치 작가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명확히 했다.
작가란 꿈에 대해서도 전에 없을 만큼 간절해졌지만, 그렇다고 너무 치열해지진 않기로 했다.
30년 가깝게 큰 욕심이 없이 지냈던 내게 치열함은 오히려 조급함과 불안감이 되어 날 자꾸 흔들었다.
그래서 난 그냥 묵묵하게 글을 쓰는 편을 택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다른 무엇보다 꾸준함이 주는 힘은 강력할 거란 믿음 덕분이었다.
그리고 묵묵함으로 일관했던 간절함과, 9개월간 꾸준하기 위해 노력했던 결과는 브런치 작가 합격이란 선물을 내게 안겨주었다.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은 정말로 기뻐할 일이다.
내 꿈은 브런치 작가가 아니라 작가라고 늘 상기시켰던 나였지만, 합격 메일을 받고 그 기쁨이 얼마나 컸던지 계속 소리 지르다 결국 화장실로 가 헛구역질을 해대며 거울을 보며 배시시 웃었다.
길다면 길었던 브런치 작가 도전은 그렇게 끝이 났다.
하지만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하여서 내 어제와 오늘에 극적인 변화와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도 일상적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여전히 출근을 해야 하고, 퇴근 후에 지친 몸을 침대에 눕히기보단 책상 앞에 앉히기 위해 부단히 애써야 한다.
또 그렇게 묵묵히 한걸음 내딛고, 한 글자 적어 내려가는 것이다.
치열하진 못하지만, 천천히 그리고 간절하게 여전히 꿈을 향해 묵묵하게 나아가는 중이라 믿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