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하루키
#도시와그불확실한벽
무라카미 하루키는 대학교 때 알게 되었다. 내가 대학교에 입학한 1996년에도 일본 문화 컨텐츠는 국내에서 금지되어 있었다. 러브 레터와 같은 영화를 영화동아리에서 며칠날 어디 강의실에서 상영한다는 홍보물이 붙으면 우르르 몰려가서 보곤 했다. 1998년에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었는데 90년대 중반에 일본 문화에 대한 분위기는.. 뭐랄까 '나는 욕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이라는 말처럼 숨어서 몰래 보는 아는 사람들끼리만 공유하고 있는 그런 핫한 느낌이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도 그 범주안에 있었다. 중학교에 가면 화이트(수정액)를 쓰고 헤비메탈을 들었던 것처럼 대학생이 되면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그런 느낌으로 상실의 시대를 읽었다. 다시 보면 별로 야하다는 생각이 안 들지도 모르겠지만 그때의 사회적 배경이나 내 연령대(갓 스무 살)로써는 상당히 충격적으로 야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대학생 때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이 아주 핫한 소설들이었고 통계는 모르겠지만, 이문열의 삼국지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만큼 전 국민 아니 적어도 20대는 열독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예전에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책 제목처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대표적인 첫 데이트 질문으로 여겨졌다면 우리 때에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주제로 얘기를 많이 했었다.
생각해 보면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무라카미 류도 상당히 유행했었다. 그가 쓴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같은 경우는 약간 19금 금서와 같은 분위기도 있었고, 코인로커 베이비스, 69도 참 재밌게 봤다. 사실 나는 초반기의 방탄소년단(BTS)과 비투비(BTOB)를 잘 구분하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 BTS가 저만큼 멀리 쭉 나간 것처럼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도 처음에 내가 인지하기에는 비슷했었는데 한국에서의 인기 등은 하루키가 어느 순간부터 쭉 나가고 류는 그냥 그런 상태가 된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 이후에도 꾸준히 읽었다. 생각나는 작품이 '렉싱턴의 유령'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뉴질랜드로 가는 비행기에서 기내에 이 책이 구비되어 있어 밤새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2010년대에는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를 많이 들었는데 이 팟캐스트를 통해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좋아하고 문체를 많이 따라 했다는 레이먼드 카버를 알게 되었다. 하루키가 별로 안 유명할 때 미국에 레이먼드 카버 집 근처까지 가서 집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온 일이라던지 나중에 하루키가 카버를 초대했는데, 카버가 키가 190cm가 넘어서 하루키가 장신용 침대를 구매해 놓았는데 카버가 건강이 안 좋아서 결국은 못 갔다던 일화 등이 재미있었다.
하루키를 또 본격적으로 읽은 건 1Q84였다. 찾아보니 이 소설이 한국에 출간된 게 2009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구나. 아무튼 이때부터는 하루키 작품은 빌려서 보는 게 아니라 사서 보기 시작했다. 두툼한 책 두 권을 사서 며칠 만에 독파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찾아보니 2010년에 3권이 나왔다고??) 그리고 또 한 번 몰두했던 것은 2017년에 발매된 기사단장 죽이기. 나는 이런 무라카미 하루키나 김영하 같은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살아있는 작가의 작품을 읽을 수 있어서 좋기 때문이다. 보통 고전이 된 책들은 오래된 사람들의 오래된 책인데 말이다.
그리하여 2023년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까지 왔는데..
이 책에 대해서는 다음화에 쓰기로 하자.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