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리 [ 바다 ]
며칠 동안 좀 춥더니, 다시 가을 날씨를 되찾은 듯하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 돌고 돌아 일부러 멀리 걸었다.
시원한 바람을 많이 쐬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고,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느낌들을 메모장에 적었다.
어깨를 치료해 주던 치료사가 내게 물은 질문이 떠올랐다.
"어깨 긴장을 많이 하는 일을 하세요?"
"아뇨."
"생각보다 너무 심하게 뭉쳐서요. 긴장을 많이 하시나 봐요."
긴장감. 내 삶은 늘 그런 연속이었다.
출근길이었다, 삼중추돌 사고였고.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 꽤 크게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꽤나 강한 충격이었던 것은 분명했다.
날아간 휴대폰에선 자동으로 119에 연결이 되고, 몇 분 안에 소방차와 경찰이 출동을 했다.
그 덕분에 다행히 2차 사고는 없었지만, 흔히 뉴스에 나오는 하이패스 진입 사고가 내게 날 줄은 몰랐다.
차에서 내려 앞 뒤로 다 깨지고 부서진 차를 보고 있으니, 한숨이 흘러나왔다.
뒷 차 조수석에 탔던 아주머니는 억울하다는 듯 나를 쏘아봤다.
견인차 아저씨가 내게 괜찮냐고 물으며, 차를 폐차할지도 모르겠다고 얘기를 했다.
그가 정신없는 내게 눈을 맞추며 안타까운 시선만 남기고 차를 몰고 떠났다.
다행히도 병원에서는 괜찮다 했다.
그나마 이제 안심이었다. 그저 그만하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일주일이 넘어가니, 여기저기 아픈 곳이 생겨났다.
생각보다 심해지는 증상에 병원을 옮겨서 검사를 계속했다. 결국은 뇌진탕 때문이라며 몇 대의 주사를 더 얹어서 맞고 좁은 병실 안에 누워서 천장 보는 일을 마치고 나서야 겨우 일상으로 돌아왔다.
링거 꼽는 것도 익숙하지 않아서 당황하고 있는데, 꼼짝 못 하고 병실에 누워서 이곳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에 서러움이 밀려왔다. 병원이라는 곳이 원래 그렇게 좀 생각 많아지는 곳이기는 하지만, 늘 혼자 모든 걸 처리하고 해결하고 있는 나를 보고 있으니, 씁쓸하면서 서러우면서... 그런 감정이 참 많이 밀려왔다.
나는 늘 그랬다. 나보다 더 걱정할 사람들의 마음과 눈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줄곧 모든 걸 숨기고는 했다. 가족에겐 더 철저하게 말하지 않았다. 부모는 자식보다 강하다지만, 내가 느낀 부모는 강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감당해야 하는 건 늘 온전히 내 몫이었다. 요즘 일도 많고,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어서였는지, 그래서 내 마음이 많이 약해져 버렸는지... 잘 버텨왔다 갱각했는데 이런 삶에 서러운 눈물이 나도 모르게 흘러내렸다.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 게 싫어서 하게 된 나의 괜찮은 척이,
어쩌면 나 스스로를 너무 아프게 한 것은 아니었나 싶었다.
나 스스로도 잘 챙기지 못하면서 누구를 챙기겠다고 오만한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는지...
그저 내게, 내 마음에게 이젠 조금 더 솔직해져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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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리,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