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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하코다테

by 요니

2019년 5월에 친구와 함께 했던 하코다테 여행. 따뜻한 봄 날씨를 기대했지만 역시 북해도는 추운 곳이었다.

하코다테 여행의 기억은 1박 2일동안 쉬지 않고 먹었던 기억이 강렬하다. 마음 잘 맞는 친구와의 여행이어서 그랬는지 워낙 미식가에 술을 좋아하는 친구인지라 매 끼마다 맥주와 함께 했다. 어느덧 하코다테 여행이 3년 전이구나 싶다. 정말 시간 빠르다.


저가 항공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아침 7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하코다테에 도착하자마자 첫 끼로 해산물 타베호다이 (무한리필)와 모닝 맥주로 공복을 든든히 채웠다. 맛집에 일가견이 있는 친구의 검색능력으로 가성비 좋고 푸짐한 식당에서 골뱅이와 카니(게)를 무지하게 먹었던 것 같다. 식당은 마치 시장통에 있는 약간은 허름하지만 정감있는 느낌의 분위기가 감도는 곳이었는데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친구와 나 뿐이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도 그렇고,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느라 잠도 부족한 상황에서 맥주를 들이키니 노곤노곤 금방 하이해지는 기분. 하이텐션으로 친구와 해산물 먹방에 마무리오 시오라멘까지 마무리 했다.


하늘은 맑았고 우린 하코다테에서 꽤 유명한 아카렌카에서 아기자기한 상점들을 구경하며 정말 많이 사진을 찍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풍경사진을 좀 더 많이 찍어둘걸 아쉬움이 많다. 하코다테에서 유명한 맛집인 럭키 삐에로에서 햄버거와 버드와이저 맥주 한잔. 촌스러워 보이면서도 나름대로 복고풍의 멋을 풍기는 알록달록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햄버거 맛은 솔직히 그저 그랬다...


저녁엔 하코다테 전망대를 올라갔다. 일본 3대 야경 중 한 곳이 하코다테라고 하던데..나는 좀 더 화려한 불빛이 빛나는 야경을 기대했던 것 같다. 특별히 색다를 것 없다는 느낌이 너무 추운 날씨 때문에 정신이 없던 탓인지, 이제 제법 어느정도 일본 여행을 해봤다고 익숙해진건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하코다테의 야경이 특별히 인상 깊게 남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냥 매우 추웠다.)


오히려 더 인상깊었던 시간은 전망대 관람 후 저녁식사로 우연히 발견한 모츠나베 맛집에서였다. 사실 과거의 여행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계획해서 다녀온 곳 보다는 우연히 발견한,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마주친 것에 대한 추억이 오래 남는 것 같다. (당연하겠지만) 도쿄에서도 많은 모츠나베를 먹었었지만 하코다테에서 먹었던 그 모츠나베는 아마 전망대 위에서 추위에 떨다 지쳐 왔기 때문에 더 따뜻했을 수 있었겠지만, 맛도 분위기도 모두 고단했던 하루를 사르르 녹여주는 그런 느낌이었다.


요즘도 가끔 하루가 고단하거나 지쳤을 때 하코다테에서 먹었던 그 따뜻했던 모츠나베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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