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박물관, 일루미네이션, 여름날 비어가든
2019년 5월 골든위크를 맞이해 방문했던 나고야.
사실 나고야는 처음 방문한 도시였는데 큰 기대가 없었기 때문일까.. 굳이 가도 돼도 안가도 되는 그런 곳이었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꽤 밀려있던 도시였다.. 역시나 예상대로 특별한 관광지나 인상적인 먹거리는 딱히 없었던 것 같다. 도요타와 테바사키 (닭날개)가 유명하다는 정도..? 아 최근에 레고랜드가 생겼다고 하는데 덴마크에서 이미 원조를 맛봤기 때문일까 그리 끌리진 않는 것 같다. 오히려 나고야시보다는 근처에 기후나 히다와 같은 소도시를 방문하는 것이 더 일본의 매력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조만간 여행 가야지.
어쨌든 예상대로 밋밋했지만 그 나름대로 즐거웠던 나고야 여행의 기억.
나고야는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약 1시간 반 정도 거리에 있었다. 신칸센 타고 여행은 참 오랜만이었다. 보통은 저가 항공을 타고 여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나고야는 도쿄에서 가깝기도 했고 신칸센 비용도 크게 부담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래간만에 신칸센 타고 여행. 여행 전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설렘을 더하고 신칸센에서 가볍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나고야에 도착했다. 나고야 기차역 근처에는 꽤나 근사한 고층 빌딩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아마 힐튼호텔인가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소박하고 정감 가는 일본 특유의 분위기보다는 세련되고 현대적인 모던한 도시의 감성이 더 많이 느껴졌다. 마치 서울이나 도쿄 도심과 비슷한 느낌.
그래서 낯선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묘한 여행의 설레임 보다는 익숙한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이 더 먼저 다가왔던 것 같다. 여튼 으리으리한 고층 빌딩 숲을 지나 호텔로 체크인하기 앞서 나고야에서 유명한 우나기 (장어) 덮밥을 점심으로 먹었다. 일본에서 우나기는 꽤 고급 요리인지라 (장어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즐겨 먹진 않는데 특별히 나고야까지 왔으니 특식을 먹어보기로! 미소로 양념된 히츠마부시를 든든히 먹은 후 첫 번째로 방문했던 장소는 나고야 성이었다. 사실 수많은 소도시 여행을 하면서 그때마다 각 지역의 '성'을 방문하긴 했지만 역사적 배경지식을 모르고 감상하는 경우 그 감동이나 짜릿함을 사실 크지 않은 것 같다. (그만큼 뭔가 외관만 봤을 때 웅장하다던가 화려하다던가 그런 느낌은 개인적으로 크게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그냥 더웠던 기억밖에....
저녁에는 나고야시 외곽에 있는 유원지를 방문, 일루미네이션이 유명하다고 하여 저녁 시간대 맞춰 찾아갔으나 예상대로 사람이 어마 무시했다. 인파 속에서 얍삽하게 사진을 찍고 유원지 한 바퀴를 빙 돌고 나니 관람 자체는 금방 끝났다. (유원지는 전반적으로 도쿄에 있는 요미우리랜드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다채로운 빛의 대향연을 여유롭게 즐긴 후 급 피곤해진 바람에 저녁을 먹으러 서둘러 나고야 시내로 이동. 나고야에서 유명하다는 테바사키(닭날개!!!!)를 먹으러 그중 가장 유명하다는 야마 짱이라는 가게에서 하이볼 한잔에 닭날개 튀김을 먹었다. (맛은 솔직히 그저 그랬다.. 사람이 많아서 서둘러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 ㅜㅜ 심지어 야마짱이란 가게는 도쿄에도 여러 곳 지점이 있었다고 한다.)
둘째 날은 좀 더 여유 있게 혼자 보내는 여행이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둘째 날 여행의 기억이 더 아련하게 남아있는 것 같다. 당시만 해도 체력적으로 튼튼했기 때문에(ㅋㅋ) 진짜 빡빡하게 일정을 잡고 돌아다녔던 기억이 나는데 에도시대 느낌의 거리를 즐길 수 있는 이누야마 신사에 가서 오미쿠지도 뽑고 당고도 먹고 히다규스시!!도 먹으면서 나 홀로 여행에 푹 빠지기도 했고,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도요타 박물관에서 생각보다 알찬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 기분도 좋았고 마지막은 뭐니 뭐니 해도 화룡점정! 옥상위 비어가든을 발견하고 혼자 신칸센 타기 전 여유롭게 맥주 한잔을 즐기며 마치 예전에 갔었던 싱가폴 호커센터에서의 기분을 만끽했던 그 시간이 지금도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개인적으로 야타이와 같이 노상에서 즐기는 맥주 한잔의 여유로움을 매우매우매우 사랑하는데 우연히 얻어걸린 그 비어가든에서의 시간은 나고야 여행의 가장 최고의 방문지로 기억된다.
무더운 여름, 옥상 위에서 한잔 하는 시원한 맥주가 땡기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