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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3] 일을 잘한다는 것 (야마구치 슈)

논리와 감각의 적절한 밸런스

by 요니

제목부터 참 직관적이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일을 잘하고싶다. 저 사람은 일을 참 잘한다 혹은 정말 못한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본 적은 많이 없는 것 같다.

일이라는 단어가 지칭하는 대상이 불명확한데다가 잘하다(못하다) 라는 굉장히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단어가 합쳐졌으니, 애매할 수 밖에 없지만 정말 많이 되뇌이는 말이며 동경하는 문장이다. 일을 잘한다는 것이란..



입사 8년 차, 관리/기획업무를 담당한지 5년 째 접어들고 있고 그 사이 승진도 있었고 부하직원도 늘어나면서 점점 더 직무, 직책에 맞는 역량이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는 중이다.

가령 신입사원 때는 주어진 지시사항에 맞춰 깔끔하게 자료를 작성하거나 숫자작업에 미스가 없으면 오케이. 그 이상의 뭔가 제안을 하거나 통찰력있는 시사점을 던져준다면 에이스 소리를 듣는 반면 (지나치지 않게!)

점점 직급이 높아질 수록 단순 팩트 정리, 계산은 기본이고 그 위에 통찰력 있는 시사점을 제시하고 소위 말해 인사이트를 던져주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같다.


게다가 조직의 리더일 수록 해당 조직을 꾸려나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발굴하고 부하직원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해주며, 이를 실현 시킬 수 있는 리소스를 계속 찾아오는 것, 그 역량이 중요하게 평가되는 것 처럼..

각자가 처한 상황과 직무, 직책에 따라 일을 잘한다는 것의 정의는 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조건을 관통하는 일을 잘하기 위한 '역량' 에 대해서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핵심은 바로 '감각'이다. 논리와 이성이 아니고? 감각이라니!

지금까지 꽤나 MECE 하게 사고하는 법, 로지컬 씽킹 등을 비즈니스업계에서 꽤나 강조하지 않았는가. 대학시절 컨설팅에서 인턴생활을 할 때에도 '로직/논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그런데 감각이 중요하다니. 대체 무슨 말인가!


물론 저자는 '논리'가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업무에 필요한 기술과 전문지식, 논리는 기본으로 갖춰야 하는 것이고 훈련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지도 비교적 명확하고) 감각이란 정해진 왕도가 없는 개인의 경험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즉 차별화 할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가 되는 것이다.


사실 그러하다. 업무를 하면서도 '센스있게' 일하는게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종종 이야기하곤 한다. 실적보고 할 때도 '센스있게' 숫자를 작업한다는 것. 보고서 워딩을 쓸 때도 '센스있게' 문장력을 구사한다는 것.


그 센스라는 것이 결국엔 감각이고, 통찰력이다. 그리고 그 통찰력은 내가 지금까지 경험해왔던 업무내외적 배경지식(책에서는 교양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으로부터 스스로 확립한 '스토리' 인 것이다.


저자는 [일을 잘하는 것 = 감각있는 사람 = 그들이 어떤 식으로 문제해결 능력을 보이는가] 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단순히 뻔한 자기계발서라고 하기에는 문장 하나하나의 전달력과 울림이 크다.


공감가는 문장들을 정리해 보았다.



1. 문제를 '이상적인 상황과 현재 상황의 차이' 라고 정의한다면 이상적인 상황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문제 유형이 달라지는 거죠. 단적으로 말해서 문제는 해결하면 할수록 양적 문제에서 질적 문제로 옮겨갑니다.
2. 출발점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설정하려면 필연적으로 직관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두 개념은 '순서'로 연결됩니다. 직관이 없으면 논리도 있을 수 없습니다.
3. 세상에 무한한 구성 개념들 가운데서 왜 X와 Y 라는 특정한 두 가지 요인을 생각했을까요? 짐작해서 예측하는 '직관'이 발동한 것이죠. 그러므로 논리적 가설을 세우는 문제 해결의 장은 기술의 세계이기 보다는 감각의 세계인 겁니다.

> 컨설팅 업무를 하면서 그리고 지금도 시장조사나 리서치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설설정" 이라는 것이다. 통찰력 있는 리더가 '가설'을 설정해주고 구체적인 지침과 방향성을 내려주면 참으로 편할텐데 이 가설설정을 실무단에서 하기 시작하면 산으로 가기 쉽고.. 삽질의 시작인 것이다..

4.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을 알고 싶은가'
5.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 역시 '비즈니스도 똑같습니다. 기준이 되는 콘셉트, 비즈니스의 기반을 만들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거든요" 라고 했습니다.
6. 감각이 필요한 이유는 문제의 원인을 직관적으로 파악해야 (..)
7. 얼마나 의미있게 나누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진가가 나타납니다. 독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 독창적으로 쪼개어 분석합니다. 반면에 분석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요소를 전부 쪼갠 다음에서야 그 요소들 사이의 관계를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려고 애씁니다.
8. 무턱대고 분석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시사점이나 통찰을 얻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헛된 작업. 즉 '쓸모 없는 일'을 하고 있는 셈이죠. 문제 해결을 위한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 원인이 아닐까?' 하고 잡아채는 영감 입니다. 이게 바로 감각이고 직관이죠.

> 전율이 느껴졌다. 무턱대고 하는 리서치들이 얼마나 의미 없었는지. 지금도 나는 불필요한 의미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영감" "통찰력" "내 스스로의 가설"을 정립하자!

9. 일을 잘하는 사람은 산의 양쪽에서 터널을 판다. 분석은 보텀업 방식으로 여러개의 축에서 잘라보고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생각하는 겁니다. 반면에 '원인은 이것이 아닐까?' 하는 직관에서 고찰을 시작하는 것은 톱다운 방식입니다.
10. 자신이 스스로 확립한 가치 기준이 없는 사람, 쉽게 말해 교양이 없는 사람은 여러 상황에서 외재적인 정확성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게 됩니다.
11. 자신만의 내재적인 가치 기준이 있고 그 기준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 교양의 조건이니까요. 과학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상당히 확실하게 증명되어 있어서 그것이 '좋은 것'이라고 말하기 쉽습니다. 유약하고 불안한 사람일 수록 법칙에 의지하는 것 같아요.

> 울림이 큰 문장이었다. 비즈니스는 정답이 없다. 따라서 나 스스로 확실한 기준과 스토리가 있다면 내가 정답이 되는 것이다. 나의 생각/주장의 근거를 외부에서 찾지말자. 스스로 납득할 때까지 스토리를 구체화하자.

12. 고도성장기에는 동질성 높은 조직이나 사회가 스포츠형 비즈니스에 잘 맞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13. 일 잘하는 사람은 플러스를 만들어가는 사람이고, 플러스를 만드는 능력은 일하는 사람의 감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14. 사전에는 목적과 수단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알 수 없어요. 나중에서야 뒤돌아보고 예전에 어떤 일을 했고 여러 가지 일이 있었기에 지금 나의 감각이나 행동양식이 형성된 거라는 걸 비로소 알게되는 겁니다.
15. 일을 잘하는 사람은 항상 이런 객관적인 관점이 자신의 사고와 행동에 깃들어 있어요.
16. 과장이 일을 잘하는 것, 그리고 부장이 일을 잘한다는 것, 또 임원급이 일을 잘한다는 것은 완전히 구조가 달라지니까요.

> 완전완전 공감공감 대공감!!!!!!! 팀장은 팀장의 위치에서 리소스 배분하고 방향성 제시하고 조직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여기저기 뛰어다니시면 된다. 엑셀 돌리지말고...

17.이 우선순위를 정할 떄 그 사람이 일하는 감각이 통째로 드러나게 됩니다.
18. 처음에 망설여진다면 일단 해보고 '이건 내가 할 일이 아니야' 하고 생각되는 분야에서는 손을 떼는 상황 판단력을 길러야 합니다. 물러날 때와 나서야 할 때를 아는 것.
19. 감각이란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20. 스토리 사고가 독창적인 전략을 창출하고, 그들은 이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합니다.
21. 본래 리더란 살아남아 무엇을 하고 싶은지 '행동'을 밝혀야 합니다. 그런데 살아남기의 달인들에게는 그저 생존을 유지하는 '상태' 자체가 목표가 되어 있는 거에요.

> 일반적인 대기업들이 이렇지 않을까. 살아남기에 급급한..?

22. 인생에서 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크면 흥미나 관심, 또는 사물에 대한 시야가 편협해지고 일할 때 필요한 감각도 말살될 수 있습니다.
23. 일을 못하는 사람은 항목별로 나열해 적기를 좋아한다는 겁니다. 이러한 병렬적인 사고의 문제점은 인과관계의 역학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24. 이번에는 이런길이 열릴 것이니 이렇게 될 것이다 라는 식의 논리적인 시간을 말하는 것입니다. 논리란 어떤 것과 다른 것 사이의 인과관계이므로 거기에는 반드시 시간이 존재합니다.
25. 어떻게 시너지가 나오는지 그 매커니즘을 알지 못한 채 무조건 시너지를 내야한다고 강조하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 맞는말이다. 시너지 좋은말이지만, 어떤 시너지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경우는 드물다. 나부터도 전략회의자료에 시너지라는 단어를 남발하고 있으니...

26. 수치나 목표만 보고 사람들이 따라오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스토리를 따라옵니다.
27. 고객의 시점에서 생각하라. 저는 이것을 일하는데 있어 기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28. 회사 안에서도 고객은 있어요. 내가 무엇을 해주길 바라는지, 우선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그에 맞춰 일하는 것이 좋습니다.
29. 인문이란, 인간을 알기 위한 학문이니까요. 특별히 철학 콘셉트라든가 역사의 연호를 외운다고 해서 일을 잘하게되는 건 아닙니다. 교양이 중요한 것은 인간을 알기 위해서고 (...)
30. 비즈니스란 구체적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구체적이지 못하면 지시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어떤 문제든 구체적인 내용 해결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니까요

저는 의지를 우선시 하고 일관된 자신의 생각에 따라 일하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자신의 생각이 먼저있고 거기서부터 출발하지요.
감각이 좋은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하죠.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것이 '일을 잘하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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