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하루 일과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일 것이다.
그 전날 술을 많이 마셨든, 연인과 헤어졌든, 첫사랑과 연애를 시작했든 아침 8시까지 출근을 해야 하며 최대한 사사로운 감정은 배제하고 기계처럼 '업무에 집중' 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꽤나 감정적인 사람이었다. 특히 혼자만의 시간에 빠질 때면 이런저런 공상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하는데 주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귀결된다. 연인과 헤어진 이후 혹은 그런 조짐이 보일 때 즈음이면 어김없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시간이 길어지곤 한다. 괜히 궁상맞게 울적한 발라드를 들으면서 눈물 한 바지를 쏟는다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일상을 정지시키고 하루 종일 누워있는다던가 결국, 우울감이 게으름과 나태함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런 패턴을 최근까지 그리고 지금도 반복은 하고 있다. 다만 그 빈도가 현저하게 줄었을 뿐.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는 (나는)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감정에 동요할 수밖에 없다. 기계처럼 일을 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한다는 것 자체가 인간인 이상, 사실은 매우 어려운 것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컨트롤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프로의 세계에 가면 더더욱 중요해진다. 고작 회사에서 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 커리어는 전부이고 인생이기 때문에 프로페셔널한 인재로 성장하고 싶다면 감정 컨트롤은 더더욱 중요하다. 멘털 관리라고 할 수 있겠지.
사람마다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이 한마디를 계속 머릿속에 되뇐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
특히 리더 자리에 있다면 기분이 태도로 발현되는 순간 자칫 꼰대가 될 수 있으니 더더욱 주의해야 한다.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한다는 것, 얼마나 프로답지 못하는가!
대학시절, 주로 내 기분을 좌지우지했던 것들은 (전) 남자 친구, 돈,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래 (커리어)였다. 커리어야 도전하는 재미라도 있었지만 남자 친구와의 이별이나 다툼에서 오는 흔들림과 우울감은 이십 대 중반까지도 꽤나 나를 괴롭혔다. 이십 대 초반 첫사랑과의 연애가 꽤나 힘들었기 때문일까.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나를 단련시킨 것일까. 누적된 경험 덕분인지 약간은 슬프게도 연애에서 오는 불안감과 슬픔에는 상당히 무던해진 나를 발견한다. 쿨해지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게 쿨해진 느낌.
일할 때만큼은 안 좋은 기분이 남에게 드러나지 않기 위해 기분대로 행동하지 않기 위해 말투부터 노력한다. 결국 사람으로 굴러가는 회사 아닌가. 어쩔 수 없지만 나를 위해서, 씩씩하고 밝고 긍정적인 태도와 말투로 업무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가식적으로 보이면 뭐 어떤가. 지지리 궁상떨며 회사에서 성질낸다고 알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위기일수록 밝고 씩씩한 태도와 말투로 견딘다면, 그땐 힘들지라도 나중엔 누군가는 알아줄 것이다. 그리고 본인 역시 느낄 것이다. 그런 태도가 하루하루 쌓여 결국 본인 자신을 프로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걸.